남북이산가족 상봉 대전 이관주 옹 “내게서 형님이 보이는지 물어봐야죠…”
2018-08-14 윤지수 기자
8·15 계기 남북이산가족 상봉 : 대전 이관주 옹
20~22일 北에 사는 조카 만나… 내복·양말 등 선물 한가득
광복 이듬해 서울유학후 생이별… 형·누이·막내마저 하늘로
오는 20일 열리는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전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이관주(92·사진) 옹은 헤어진 장조카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에 며칠 전에 싸 둔 여행 가방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곤 한다.
다행히 1955년 이 옹이 목포헌병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1·4후퇴 때 피난 온 바로 아래 남동생인 이병주(89) 옹이 제주도에서 군생활을 하던 중 형의 소식을 듣고 찾아와 만났다. 반가움도 잠시. 이 옹은 군 생활을 제대한 후 아내와 대야·옷 장사 등 안 해본 장사 없이 6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묻어두고 바삐 살아왔다.
이 옹은 “막내동생을 놀아준다고 내가 등에 업고 있다가 얘가 발버둥을 쳐 떨어졌는데, 그때 아버지께 혼난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번 만남에서 막내동생이라도 볼 수 있을까 애타게 살아있기만을 기다렸다. 자신도 아흔을 넘긴 나이로 형과 누이는 돌아가셨을 거라 짐작하고 막내라도 살아있길 기도했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받은 생사확인서에는 막둥이마저 12년 전에 눈을 감았다.
처음 조카를 보게 된 이 옹은 “당시 형제는 20대 청년이었는데 그동안 형이 장가를 가고 애기 키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다가 조카라도 만나게 돼서 반가움과 궁금함이 가득하다”고 했다. 조카를 보면 “우리 형제들이 얼굴이랑 풍채도 제각각이라고 하는데 조카들에게 너희 아버지와 많이 비슷하냐”고 가장 먼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여행 가방에는 자신의 옷보다 조카들에게 줄 내복과 양말을 더 많이 챙겼다. 또 작은아버지의 지난 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족사진과 환갑잔치 사진 등도 여러 장도 준비했다.
이 옹은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큰아들과 상봉장에 같이 간다. 사촌지간인 서로를 인사시켜주고 뿌리를 찾고 알려주기 위해서란다. 이 옹은 “내가 살면 더 얼마나 살겠어요. 우리 아들이랑 조카들이 훗날 통일이 되면 남북을 오가면서 지내면 참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