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악마가 된 연인'…데이트 폭력 공포
2018-06-20 김윤주 기자
[충청로2]
헤어져서 추억만 안고 간다면 '고마운 시대'
☞'님'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 했다. 하지만 때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랑해서 만났고, 누구보다 소중했다. 날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이다. 그랬던 사람이 날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날 고통 속에 살게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15년 7692명, 2016년 836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는 1만 303명을 기록했다. 매년 평균 7355건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한 셈이다. 그리고 한해 평균 46명이 살해된다.
☞'사랑'이 아프다. 서울시가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에 1770명(88.5%)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건 데이트 폭력 피해자 중 46.4%는 가해자와 결혼했단 것이다. 그리고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또는 "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서"란 이유도 있었다. "언젠간 고치겠지"란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폭력에 둔감해진 것이 가장 컸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진 것이다. 익숙해질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그야말로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다.
☞'안전이별'이란 말이 나왔다.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스토킹, 감금, 구타, 협박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전하면서 이별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헤어져서 추억만 안고 간다면, '고마운 시대'다. 품 안의 칼이 무섭다. 그런 사람을 안 만나는 게 답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이라도 지켜줘야 한다.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피해자 보호 특별법은 꼭 필요하다. 데이트 폭력은 결코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사랑이 아닌 ‘범죄’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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