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생트 한 잔에 대한 생각
2018-04-26 충청투데이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한 압생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바탕에는 섹스, 살인, 마약, 중독, 환각 등과의 연관성이 떠오르면서 19세기 유럽 사회의 이면을 장식한 기제로 자리잡았다. 병충해로 와인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그 대체재로 자리 잡았지만 진실과 와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구설수로 결국 금지령이 내려지기까지 압생트는 근대 부르주아 사회의 밝고 어두운 양상을 동시에 상징하였다.
시대가 바뀌어 압생트 환각 작용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바로 잡히면서 이제는 상점과 술집에서 선호되는 인기품목으로 자리 잡았다<사진>. 18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는 기간, 압생트가 겪은 온갖 영욕은 그대로 근현대 문화예술사, 대중사회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압생트를 따른 뒤 구멍 뚫린 스푼에 각설탕을 올려놓고 그 위로 얼음물을 떨어뜨리며 녹이는 동안 초록색 액체는 우윳빛으로 바뀐다.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독특한 향과 긴 여운의 압생트를 앞에 놓고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 시대로 돌아간다면 고흐, 드가, 모네, 베를렌, 헤밍웨이, 와일드 같은 예술가 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