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호텔' "최다 투숙후기는 '이경규 의외로 따뜻'"
"가장 섭외 어려웠던 이상은, 제일 행복하게 체크아웃"
2018-04-22 연합뉴스
"가장 섭외 어려웠던 이상은, 제일 행복하게 체크아웃"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달팽이호텔'이 22일 영업을 종료했다. 총지배인 이경규와 셰프 겸 벨맨 성시경, 컨시어지 김민정도 2호점을 꿈꾸며 이별했다.
올리브 예능 '달팽이호텔'을 연출한 황인영 PD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나 "스타들이 화려해 보이지만 오히려 외로운데, 우리 호텔에서 서로 친구가 되더라. 여행이 주는 힘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경규가 '달팽이호텔'이라는 제목만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해 성사됐다고 한다. 늘 성질 급하게 버럭 하던 그가 어떻게 느릿느릿한 '달팽이'에 끌렸는지 궁금하다는 말에 황 PD는 "'경규옹'이 요새 인생을 좀 돌아보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토크쇼처럼 너덧 시간 얘기하는 것 말고, 진짜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경규 씨가 시즌2 언제 하느냐고 먼저 물어보실 정도로 애정이 많았어요. 인생의 여러 결을 알게 됐대요. 투숙객으로 온 스타들이 기분이 좋은지, 행복해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잘 나누는지 가장 신경을 쓰신 분이에요. 투숙객들의 최다 후기도 "이경규 씨 의외로 따뜻하더라'였죠. (웃음)"
황 PD는 늘 일인다역을 한 성시경과 아역배우 출신으로 김새론 등 많은 투숙객에게 위로를 건넨 김민정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달팽이호텔'에는 기존 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가수 이상은과 선우정아,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이 다녀가 화제가 됐다. 황 PD는 그중에서도 노사연-노사봉 자매와 이상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노사연 선생님이 '한동안 방송을 하기 싫었는데 이 호텔에 와서 다시 방송을 믿을 수 있게 됐다'고 하신 걸 보고 뿌듯했어요. 이상은 씨는 사실 한차례 섭외를 거절하셨거든요. 부담스럽다고. 그런데 결국 와주셨어요. 체크인하실 때는 긴장한 표정을 보고 걱정했는데, 점점 얼굴이 밝아지시더라고요. 나중에는 김재화, 송소희 씨를 이끌며 얘기하셨죠. 체크아웃할 땐 제일 행복한 모습이어서 감동했어요."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친분이 없던 이들인데 서로 마음을 터놓게 만든 힘은 뭘까. 황 PD는 "외딴 장소가 주는 자유로움 덕분"이라며 "인테리어, 요리, 음식, 음악 등의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달팽이호텔'은 시청률이 1%(닐슨코리아) 안팎이라 좋지는 못했다. 그러나 색다른 장소와 출연진이 주는 '힐링' 매력은 인정받았다.
황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오래 익어야 맛있는 김장김치 같은데 이번에 겉절이로 담은 느낌이 있다"며 "시즌2를 한다면 호텔리어도 추가 모집해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