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의 역설, 대학가의 벚꽃엔딩
2018-04-05 김일순 기자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둘이 걸어요.’
매년 봄철 벚꽃이 만개할 무렵 울려 퍼지는 노래 ‘벚꽃엔딩’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감성을 자극하는 이 노래는 ‘버스커 버스커’의 장범준이 작곡하고 노랫말도 붙였다.그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친구들과 놀러 간 벚꽃축제장에서 연인들의 모습이 부러워 벚꽃이 빨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가사를 만들었다”고 털어놔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이른바 ‘국민 봄 시즌송’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대학들의 위기감도 최고조다. 지난 3월 27일은 전국 160개 4년제 대학에는 고3 수험생이 수능을 치르는 날 못지 않게 중요한 대학의 명운을 가르는 심판의 날이었다. 이날은 교육부가 대입정원을 감축하기 위해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보고서 제출일이었다. 이 평가를 통해 하위 40%에 포함되는 대학은 앞으로 3년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더구나 이 심사 결과는 대입 수시 모집을 앞둔 오는 8월 말에 발표돼 평가결과 공표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 평가 준비를 위해 각 대학은 그야말로 총력전을 펴왔다. 대학별로 정예요원을 투입해 늦은 밤은 물론이고 주말도 없이 평가 보고서 제출 자료 준비에 매진해왔다. 모 대학 총장은 제출서류 최종 점검을 위해 주말 출근해 하룻밤을 꼬박 새워 꼼꼼히 검토를 하고 새벽에 퇴근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에서는 평가 보고서 제출일에 교통사고 등 예기치 않은 상황 발생에 대비해 제출 자료를 두 세트 준비해 두 대의 차량으로 나눠 이동했다.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자칫 돌발상황으로 인해 평가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을 경우 대학 측에 미치는 손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봄을 맞은 캠퍼스에는 벚꽃이 만발하다. 학생들은 활짝 핀 벚꽃 아래 봄의 낭만을 만끽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학 교직원들의 마음은 편치않다. 잠깐 화려하게 피웠다가 지는 벚꽃과 미래가 불투명한 대학들의 처지가 자꾸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찬란한 봄의 역설, 대학가의 벚꽃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