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 차민규…평창의 영광 뒤엔 대전의 아버지가

2018-02-20     이심건 기자
아버지 권유로 스피드스케이팅 전향
차성남氏 대전서 식당 운영… 평창 현지서 열띤 응원전

▲어린시절 차민규 선수와 아버지 차성남 씨
4년에 한 번 열리는 꿈의 무대 올림픽에서 영광의 메달을 목에 건 차민규(25)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에 연고를 둔 차 선수는 지난 19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해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차 선수의 값진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뒤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물심양면 지원했던 ‘현명한 부모’가 있다. 현재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차 선수 아버지 차성남(60·대전 거주) 씨는 아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왔다. 차 씨는 대전출신으로 대전지역 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회사를 퇴직하고 3년 전 대전 유성구에서 식당을 열었다. 평창에서 아들 경기를 응원 중인 차 씨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기하지 않은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어릴 적 차 선수는 코피가 자주 나고 유독 몸이 약했다고 한다. 안양 관양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차 선수는 약한 체력을 키우려고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시작은 쇼트트랙이었다. 차 선수는 당시 남다른 소질을 보였고 본격적으로 쇼트트랙을 하기 위해 서울 동북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아버지 차 씨는 3년 내내 아들의 등·하교를 책임졌다.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아들을 안양에서 서울 학교로 등교시키고 훈련이 끝나면 집으로 데려왔다.

차 선수가 동북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버지는 전폭적인 지원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결심했다. 차 선수는 서울 동북중·고 재학 시절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쇼트트랙에는 워낙 강자들이 많아 빛을 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한국체대 진학을 앞두고 과감한 선택을 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을 시도한 것이다.

처음에는 전향을 망설였지만 지도 교수와 아버지 차 씨의 ‘교수님을 믿고 전향하라’는 조언을 듣고 결심을 굳혔다. 전향 초기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것은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안타까움도 있었다. 차 선수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발목 인대를 심하게 다쳤다. 아버지 차 씨는 주변에서 아들의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 오랜기간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픈 마음을 숨기고 묵묵히 아들을 응원했다. 부모님 응원과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차 선수도 이를 악물었다. 부상이 있었지만 차 선수는 부모님의 응원 덕에 금방 다시 일어섰고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위와 0.01초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민규 선수는 "부모님께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며 “진짜 힘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차 씨는 “아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 했기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않았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