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지나온 날들아!
2018-01-11 충청투데이
[에세이]
겨울 한복판의 들녘은 허허롭다. 바람은 차고 햇살조차 궁핍하다. 꽃도 지고 잎도 지고 향기도 사라졌다. 온 산하가 흰빛으로 가득하다. 아,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왔다. 갑자기 나의 삶이 시름겹다. 지나온 길이 마뜩치 않다. 광야에서 홀로 버려진 탕자처럼 두려움이 밀려온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적막강산 고립무원이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부산했다. 지역특화 스토리를 발굴하고 특성화하기 위한 정부 공모사업 도전이 이어졌다. 충북콘텐츠코리아랩은 삼수 끝에 유치했다. 충북의 문화원형과 충북의 문화자원이 콘텐츠가 되고 산업이 되며 글로벌 자원이 되기 위한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청주권 공예마을을 특화하고 공예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동아시아문화도시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세계화하는 일이 고되지만 가슴 뛰는 자긍심으로 기억된다. 교토서밋을 통해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가치를 알리고, 젓가락페스티벌은 '진수성찬'이라는 평가와 청주의 대표 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 해 처음 열린 세계문화대회는 50개국에서 500여명의 글로벌리더와 공익활동가들이 참여해 아주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이 모든 극적인 순간마다 아픔이 있었다. 그렇지만 견딤이 쓰임을 만든다.
고맙다. 지나온 날들아, 나의 청춘아, 사랑하는 사람아. 견딤이 쓰임을 만들 듯이 아픔과 분노와 두려움을 딛고 붉게 빛나는 꽃, 세상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되고 아름다운 삶이 되었으니 오늘은 불꽃이라 부르리라. 그리해 날마다 청춘이면 좋겠다. 왜 우리에게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려움이 용기가 되고, 그 용기가 사랑이 되어 얼었던 대지를 녹이고 푸른 들녘을 가꾸었으니 우리의 청춘은 헛되지 않았다. 청춘이 가고 노년이 온다면 노을처럼 구름처럼 진한 삶의 여백이 되면 좋겠다. 살아온 날이 삿되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에 남을 진한 향기, 이만하면 됐으니 돌아가자며 손잡아 줄 벗이 있으면 좋겠다. 가장 뜨거운 기쁨도, 가장 통절한 아픔도 사람으로부터 나오니 사람이 희망이다. 고맙다. 아쉽고 비루한 것들은 흐르는 강물에 띄어 보내자. 가슴 뛰는 내일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자. 지나온 날들아, 나의 청춘아, 사랑하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