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 손목 터널 증후군
2017-12-26 충청투데이
김강욱 서울대정병원 원장
[의학칼럼]
손 저림이나 손 시림, 마디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갑작스레 이런 증상이 생기면 뇌졸중이나 혈액 순환에 이상이 있다고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런데 손사용을 많이 한 뒤나 겨울에만 유독 심해지는 손 저림이라면 먼저 ‘손목 터널 증후군’을 생각해봐야 한다. 손목 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이란 손목에 있는 뼈들이 이루는 손목 터널 내 정중 신경이 압박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신경마비 증상을 일컫는다.
손목 터널 내에는 해부학적으로 정중 신경과 손가락의 굴곡건들이 함께 위치한다. 과도하고 반복적인 손사용이 지속되는 경우 굴곡건의 비후나 신경의 자극이 생길 수 있고 만성적으로 신경이 압박되면서 정중 신경의 신경병으로 진행된다. 손 저림의 특징은 손가락 전체가 아닌 엄지부터 둘째, 셋째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반쪽이 주로 저리고 피부 감각도 떨어지게 된다. 만일 손등이나 새끼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동반된다면 목 디스크라 불리는 경추부 추간판 탈출증이나 어깨 부위에서 팔로 가는 신경 다발 전체(상완신경총)가 눌리는 흉곽출구 증후군 등의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드물지만 뇌졸중이나 말초 혈액 순환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손 저림 외에도 손목 터널 증후군의 경우엔 엄지손가락의 힘이 빠지는 증상이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라도 엄지손가락 근육의 위축이 없고 신경 마비 증상이 가벼운 초기 단계엔 손사용을 줄이고 스트레칭, 약물 치료, 부목 치료를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선 손목 터널 내에 주사 치료를 시행하는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 후 일정 기간의 증상 호전 뒤에 다시 증상이 재발하거나 근육의 위축 또는 신경 마비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의 목적은 손목 인대(횡수근 인대)를 잘라주어 손목 터널을 넓혀줌으로써 압박된 정중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다.
수술이 간단하며 결과도 좋아서 장기간 혹은 반복적인 비수술 치료보다 조기에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 다음 날부터라도 손 사용도 가능하고 수술 후 2주 후엔 일상생활에는 큰 제약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만일 겨울철에 유달리 손이 시리고 손마디가 아프고 새벽에 자다가 깨는 손 저림이 있는 경우라면 손 저림의 제일 흔한 원인인 '손목 터널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신경 마비의 원인과 상태 뿐만아니라 치료 방법에 대해서 수부외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병의 악화를 막고 원활한 회복에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