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충청로-프롤로그
2017-11-01 나재필 기자
▶자음 14자와 모음 10자는 생각의 결합을 통해 무수하게 번식한다. 일단 겹자음과 모음까지 합치면 40자가 된다. 한글에는 총 51만1160개의 어휘가 있는데, 우린 초등학교 때 대략 2만개의 낱말을 배운다. 한글은 가장 배우기 쉬운 표음문자다. 모든 사람이 하루면 다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아침글자라고도 불린다.(참고로 중국은 표의문자여서 모든 글자를 다 외워야 한다) 그런데 정작 하루에 쓰는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색깔을 표현하는데 10개, 음식을 표현하는데 50개, 의복을 표현하는데 50개, 그리고 집과 관련된 단어들이 50개 단어다. 결국 의식주와 관련해 200개 단어만 알아도 서로 통한다. 여기에 기분이나 동작을 표현하는 100개의 동사를 집어넣으면 끝이다. 평생 51만개의 어휘를 다 쓰고 죽는 사람은 없다.
▶글은 친구다. 꼭꼭 숨어 있던 사유(思惟)들이 밖으로 나와 춤을 추는 순간, 희로애락이 녹는다. 용서도, 미움도 허용된다. 글은 마음의 족쇄를 풀어주는 큰 회포인 것이다. 칼럼 ‘충청로’가 499회를 맞았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은 온기(溫氣)였다. 상대방의 체온을 생각해주면 나도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자조가 많았다. 잘도 버텨왔다. 글은 ‘새벽’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꿈을 꾸고 있을 때 누군가는 꿈을 위해 뛰고 있다. 그런데 우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존재조차도 잊고 산다. 그 시린 아침을 함께 얘기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