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로봇(I, Robot)의 새로운 관계
2017-10-23 충청투데이
송근혜 ETRI 산업전략연구그룹 연구원
[젊은 과학포럼]
최근 IT기업들은 소통이 가능한 기계를 개발·출시하는데 힘쓰고 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의 알렉사나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같이 물리적 실체가 있는 인공지능·로봇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의 M처럼 가상현실에서만 존재하는 인공지능·로봇이 빠르게 시장에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분야의 기술혁신으로 기계가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한낱 보조 도구에 불과했던 기계가 인간의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타자(他者)'로서 기능하며 상호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과 사회적 교감을 나누며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소셜로봇이라 한다. 소셜로봇은 고령화사회 및 1인가구 증가추세와 맞물려 인간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ETRI가 발간한 소시오테크(Socio-Tech) 10대 전망 보고서에서도 밝혔듯이 인간과 기계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간이 소셜로봇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고 건설적이고 행복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 형성을 위한 고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과 소셜로봇의 관계는 인간의 애착유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나, 애착을 맺는 대상이 기계이므로 관계의 내용은 다를 것이다. 인간이 자기와 타인(기계)에게 긍정적일 경우, 인간은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형태로 기계와 사회적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정적일 경우 기계와의 사회적 관계는 해로울 수 있다. 두려움형은 과거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정보로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고, 자신의 방향감각을 신뢰하지도 않는다. 이 경우 개인은 내비게이션이 자신의 요구에 맞게 잘 기능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다른 장치들을 활용하여 결과의 정확성을 가늠하고자 할 것이다. 거부형은 내비게이션의 유익함을 부정하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행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안정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 사용자, 그리고 제도적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들은 소셜로봇 설계 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와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는 기술 이해력을 높이고 기계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적 표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적 관점에서는 지금까지 인간만을 법적 주체로 여겨온 사회시스템에 자율적 판단과 행위의 주체로 등장한 기계에 관한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고, 잘못된 소통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와 이에 따른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정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