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그리고 보자기
2017-06-01 충청투데이
지동영 단양경찰서 정보보안과
[투데이포럼]
어린 시절 우리 집 앞 허물어진 강둑에서 백골이 된 두개골과 탄두가 없는 포탄피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남북 산천의 능선과 골짜기엔 화약 연기 속으로 사라진 이름 없는 넋들이 작은 묘비도 없이 바람 소리, 뻐꾸기 소리 있는 들 꽃 아래 잠들어 있다. 그들 중에는 이념이 뭔지 사상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 어린 병사들도 있었다.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낮에는 살기 위해 싸웠을 것이고, 밤에는 두고 온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그리움과 두려움으로 보냈을 것이다.
태어난 곳이 북이라서 인민군이 되었고, 태어난 곳이 남이라서 국군이 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징집되어, 외세에 의해 총칼을 서로 겨룬 전쟁을 하였으니 차라리 그 피가 동족이 아닌 외세와의 전쟁에서 흘렸더라면 그렇게 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호국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나라를 빼앗겼었고 어떻게 해서 갈라지게 됐으며 왜 내홍을 겪어야만 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야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은 수단이고 정치가 목적'이라는 전쟁론에 나오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은 정치적 목적이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기에 항상 주변국들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느냐를 분석해서 전쟁의 예측과 양상을 가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이념의 덫에서 벗어나 이해와 상생으로 도약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방에 들어간 물건은 가방의 공간에 자신을 맞추지만 보자기는 물건에 자신을 맞춘다. 가방이라는 고정된 틀을 버리고 보자기처럼 시대에 따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존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민주 지사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