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윤식당2? 나영석이 하자면 해야죠"
"신구 선생님 신의 한수…'윤식당' 최대 수혜자는 정유미"
2017-04-30 연합뉴스
'윤식당'이 대박이 난 가운데 얼마 전 윤여정이 다시는 예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듯한 보도가 흘러나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윤여정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식당2'를 한다면 더운 데서는 말고 딴 데서 했으면 좋겠어요. 인도네시아는 너무 더웠어요.(웃음)"
'꽃보다 누나'처럼 여행만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느라 진이 다 빠졌었지만 '윤식당' 촬영기는 일흔 여배우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됐다.
"내가 '윤식당' 찍으면서 힘들지 않냐고 하니까 신구 선생님이 '내가 나영석이 아니면 나이 팔십에 어디서 이런 예능을 하겠냐'며 고마워하셨어요. 언제 이런 걸 경험하겠냐고 하시는데, 그런 신구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역시 사람은 고마워할 줄 알아야해요."
--다시는 예능 안 한다고 하셨냐.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며칠 전 신구 선생님 만나서 "제가 다시는 예능 안 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어쩌면 좋냐"고 했더랬다. 그랬더니 선생님 답이 압권이다. "정치하는 애들은 맨날 한다고 했다가 안 하고, 안 한다고 했다가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더라.(웃음)
내가 연기한 것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것은 내가 배우로서 감수해야하는 일이다. 그런데 예능을 했는데 너무 말이 많으니까 속상하긴 하더라.
하지만 나영석이 또 하자고 하면 할거다. 그만큼 나영석 PD를 내가 좋게 봤다. 그 팀도 아주 좋다. 이번 '윤식당'은 이진주 PD- 김대주 작가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걸 나 PD가 일이 되게 추진을 해준 거다. 팀워크가 정말 좋다.
--'윤식당'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그게 나영석의 능력이다. 너무 친한 이들끼리 조합하면 보는 이 상관없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다 끝날 수 있다. 우리 넷은 다 서로 호감은 갖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서먹서먹한 관계다. 나영석이 사람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가 우리를 붙여놓았으니 대단한 거다.
그러다 순간 이순재 선생님이 오시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내가 나영석을 아니까.(웃음) "이순재 선생님 아냐?"라고 했더니 나 PD가 순간 움찔했다고 하더라. 근데 바로 "이순재 선생님은 연극하고 계세요"라고 하길래, 아닌가 보다 했더니 웬걸 신구 선생님이 오신 거다. 선생님이 걸어들어오실 때 내가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주방보조 정유미가 '윤식당'으로 떴다.
▲'윤식당' 최대 수혜자는 정유미다.(웃음) CF도 많이 찍었다. 그래서 내가 유미한테 "1년 동안 밥 사"라고 했다.
유미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영화 몇 편 같이 했고, 엉뚱한 애라는 것 정도 알았다. 내 팬이라는 것도 몰랐다. 근데 그 역시 나 PD의 신의 한 수다.
나는 성격이 되게 급한데 유미는 아니다. 음식이 나오면 나는 유미가 빨리 들고 뛰어갔으면 하는데 레드 카펫 걸어가듯 가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유미야, 네가 내 며느리였음 우리는 헤어졌어"라고 했다.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아 얘라서 정말 다행이구나" 했다. 둘이 똑같이 급했으면 실수하고 불에 데고 그랬을 거다. 스태프 중에 불에 덴 사람 많다. 내가 급하면 유미가 다 잡아주면서 차분하게 일이 돌아가게 했다. 그걸 보고서 유미한테 "유미야 우리는 같이 살아야겠다"고 했다.(웃음)
유미가 또 준비를 많이 해왔다. 나를 잘 아는 영화 프로듀서가 유미에게 내 정보를 많이 줬다. 그래서 유미가 날 살뜰히 케어할 수 있었다. 최고의 주방보조였다.
--연기생활 50년이 넘었다. 과거 "배우는 돈이 절실할 때 제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했었다.
▲지난 50년이 꿈결 같다. 어제 같다. 근데 작년에 50주년 행사를 할 때 좀 부끄러웠다. 50년이나 됐는데 연기를 이렇게밖에 못하는 건 망신 아닌가 싶었다.
38세부터 50대 후반까지 절실함에 연기했다. 돈이 절박해서 콩 주워 먹듯이 들어오는 배역은 다 해야만 했다.
하지만 환갑이 되면서 "이제부터는 역할을 골라서 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그것 아니겠나. 지금은 매너리즘에 안 빠지는 선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할 만한 것들을 고른다. 평범한 엄마 역은 피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기다려야 한다. 돈을 포기하든 뭔가를 희생하면서 좋은 배역이 오기를 기다려야한다. 나를 선택해준 이들에게는 백배 천배 노력해서 연기로 갚으려고 한다.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