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만나는 철학
2017-03-30 충청투데이
송민호 충남대학교병원장
[시론]
독일의 유명한 근대 철학자 칸트에 의하면 도덕적 주체는 스스로를 자율적인(autonomous) 존재로 여기고 자유로운 이성의 사용을 누리는 사람이다. 이와 반대로 전근대의 인간 도덕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신이 나를 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도덕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비자율적(non-autonomous)인 것에서 자율적인(autonomous) 것으로 재인식 된 것이다.
이는 서양철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유학에서도 인간의 주체적 자율성을 강조했는데,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크게는 국가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고, 이는 건강한 사회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수신’하지 않으면 세포는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되고 나아가 개체의 소멸까지 유도한다.
자율적인 삶은 자신만 잘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방종하는 삶은 세포와 사회 모두에게 불편을 주고 질병을 만든다. 자율성은 자신을 잘 관리하고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해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와 도덕의 자율성으로의 진화는 미시적으로는 세포의 건강, 거시적으로는 사회의 안녕에 기여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