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의 투표 인증샷
2017-03-14 충청투데이
우근학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시선]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비결 '휘게(hygge)' 열풍이 거세다. 휘게 스타일을 소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페이스북에는 휘게 스타일 사진이 넘쳐난다. 영어사전 콜린스는 2016년 '브렉시트'와 '휘게'를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덴마크 사위 에밀 라우센의 사연이 '인간극장'을 통해 알려지고, 그들 부부의 휘게 라이프 강연이 전해지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패션·가구에 '휘게 스타일'이라는 말만 붙여도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꽃병과 양초 매출은 급증했다. 휘게 스타일에 대한 인기가 단순 유행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휘게'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소박한 삶의 행복을 의미하는 덴마크어다. 덴마크 행복연구소장 마이크 비킹은 그의 저서 「휘게 라이프」에서 '촛불 곁에서 마시는 핫초콜릿 한잔'이라는 함축적 표현으로 '휘게'를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킨포크',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확산된 '단샤리(斷捨離)'는 어떤 의미에서 '휘게'와 닮았다. 물질이 아닌 사람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많이 다르다. '킨포크'나 '단샤리'는 특정 사건이후 일부 사람들로부터 확산된 라이프 스타일이라면 '휘게'는 덴마크라는 나라 전체가 역사적으로 축적한 삶에 대한 태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 정치 제도 모두를 통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과장이 10억을 벌어 덴마크 이민을 간다고 그의 꿈이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조금 있으면 제19대 대통령 선거다. 촛불과 태극기로 뒤덮였던 거리에 조만간 선거벽보가 나붙을 것이다. 선거공보도 각 가정에 배달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일, 우리는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고, 그 대통령은 새로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과거에서 얼마나 배웠을까?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김과장'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김과장이 덴마크행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씩 웃으며 투표 인증샷을 찍는 마지막 장면을 정말이지 보고 싶다. 10억으로 차린 휘게 스타일의 강남카페 사장으로 변신한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