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원천기술 연구의 중요성
2017-01-17 충청투데이
남세광 ETRI 스마트UI·UX디바이스연구실 연구원
[젊은과학 포럼]
지난해 노벨 화학상은 ‘분자기계’를 발명한 세 명의 외국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GDP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세계 최상위권인 대한민국 과학계는 올해도 국민이 원하는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포장됐다. 언론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이 ‘분자기계’는 이미 1983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래 34년간 산업적 파급 효과는 없었음에도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정책은 대한민국의 연구자들이 원천연구보다는 응용연구에 더 몰입하는 연구 환경을 만들었다. 따라서 매년 시행되고 있는 연구과제 평가 또한 산업적 파급력 효과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이는 기초 원천 연구자들의 연구성과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당연히 지금 세 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한국인이었다면 오늘과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결과물들이 산업에 활용될 수 없는 경우 원천 연구를 지향하는 필자의 연구실은 존재 이유 또한 약해지는 게 현실이다. 응용 예시는 어디까지나 기업과의 협력이 잘 됐을 경우에 빛을 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중요한 평가지표가 돼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리게 되는 현실은 재료의 물성 파악, 구조 설계의 차이가 어떠한 다른 변형 효과를 낼 수 있는지와 같은 핵심 연구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본래 목적에 도달케 되는 것이다. 이것을 연구로 치면 국가 연구기관의 역할은 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과거 중소·대기업 기술지원 중심으로 연구·개발 수행이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기업이나 대학이 할 수 없는 핵심원천 기술 중심의 대형과제 수행이 국가 연구기관의 미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맡겨진 연구·개발 수행에 여념이 없다. 당장 눈앞의 상용화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의 힘, 국격을 키우기 위해서는 핵심원천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