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닭집도, 닭대가리들 때문에 슬프다
2017-01-04 나재필 기자
▶닭은 버릴 게 없다. 튀겨서, 삶아서, 쪄서, 볶아서, 데쳐서, 구워서 먹는다. 뼈는 푹 과서 육수를 내고, 발은 양념닭발로 변신한다. 종교·문화·인종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 가축도 닭밖에 없다. 한국인 1명이 1년에 닭고기 15.4㎏을 먹는다. 1인당 예닐곱 마리를 먹어치우는 셈이다. 계란도 무지막지하게 먹는다. 암탉 1마리가 연간 180개의 알을 낳는데 우린 두당 254개(年)를 먹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 술 주(酒) 자에도 '닭'의 은근한 배려가 숨어있다. 닭(酉)이 물(水)을 먹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닭대가리'는 아둔한 사람을 놀릴 때 쓴다. (믿거나말거나) 기억력이 3초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닭은 24개의 울음소리로 소통한다. 4000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기에 사람 10명은 분간한다. 그러니 닭대가리가 아니다. 닭만도 못한 인간이 닭대가리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 자가 닭대가리다. 2016년(丙申年)은 어둠을 만든 농단의 인간들 때문에 말 그대로 '병신년'이었다. 모두들 절망에 빠진 새벽을 살았다. 이제 붉은 닭의 해가 왔다. 닭울음소리(계명·鷄鳴)는 개벽으로 환치된다. 계륵(鷄肋) 타령은 필요 없다. 우리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철저하게 가려내야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한이 있어도, 나라를 농락한 자들을 버려야한다. 찬란한 아침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