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없애기]
2016-11-16 충청투데이
▶'보수'면 나쁘고 '진보'면 다 좋은 것인가. 반대로, 보수면 좋고 진보면 다 극렬세력인가. 마음은 '보수'이면서 겉으론 '진보'인 척 하는 군상들은 무언가. 우린 진보와 보수의 DNA를 동시에 갖고 있다. 물론 '피(血)'의 농도로써 차이는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조작되고 있을 뿐이다. 이념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는 건 위선이다. 흑백의 논리, 좌우의 논리, 진보·보수의 논리 저변에는 '권력욕'이 있다. 여당일 땐 야당시절을 잊고, 야당일 땐 여당시절의 무소불위를 잊는 건 망각이 아니라 망각인 척하는 정치적 치매다. ‘심각한 상황 인식’을 못하고 버티는 대통령, 벌써 대통령이 된 듯이 설쳐대는 군상들의 발광(發狂)이 꼴불견이다. 달콤한 것엔 독이 묻어있음을 모르는가.
▶400년 전 광해군 때 임숙영이란 선비가 있었다. 별시 문과에 응시한 임숙영은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가?'라는 책문(임금이 직접 내린 시험과제)을 받아들었다. 그는 고민하지 않고 답안지를 써냈다. "나라의 가장 큰 병은 정신 못 차리는 임금에게 있다." 답안지를 본 임금이 노발대발 펄쩍뛰며 임숙영을 벌하라고 하명했지만 좌의정 이항복, 권신(權臣) 임희수, 승정원은 그를 급제시켰다. "전하, 그를 벌하면 언로가 막히고, 나라가 망하는 단초가 된다"며 간언했던 것이다. 임숙영은 4개월 후 벼슬길에 올랐다. 지금 어디에 임숙영, 이항복 같은 '정치인'이 있는가. 스스로의 목을 내밀고 충언하는 '정치'가 어디 있는가. 400년 전보다도 못한 참담한 정국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