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서 섬김을 배우는 사람들
[충청로]
2016-09-21 나재필 기자
▶속담에서도 '개'는 철저하게 '개 취급'을 받는다. 개가 똥을 마다한다, 개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을 문다 등등. (개가 웃을 속담들이다.) 반려(伴侶:짝이 되는 동무)의 시대, 10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장난감 삼아 키우던 '애완'동물이 이젠 '반려'동물로 대접받는 것이다. 관련 시장만도 2조원대다. 애완견을 위한 호텔, 놀이터, 병원, 장례식장, 화장터, 전용 사진 스튜디오, 애견캠핑장, 전용 전원주택단지, 미용실, 카페에다 일명 '개모차(유모차)'도 낯설지 않다. 독(Dog)TV, 반려견 신용카드도 있다. 심지어 뇌와 관절건강에 좋다는 사료까지 나왔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사람의 사랑은 '왜'냐고 묻는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괜찮아'하는 데서 비롯된다. 평생 곁에 함께 하며 동반자가 돼주고, 늙어서는 친구가 돼주는 게 '반려'다. 사람이 사람을 버리고, 사람이 다시 반려자를 버리니 ‘개’같은 세상이다. 개가 사람을 물어뜯었거나, 사람이 사람을 깨문 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개를 물었을 때 뉴스가 된다. 우린 버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먼저 '반려자'를 내다버린다. 사람 말뜻을 알아듣는 개, 사람 말뜻을 못 알아듣는 사람. 마음의 가벼움으로부터 시작된 섬김과 복종의 자세를 ‘개’에게서 배운다. "우리 같이 걸을까."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