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오래 전 뉴스에서 봤던 참혹한 광경을 기억한다. 곰에게 이상한 빨대를 몸 안에 꽂아 쓸개즙을 채취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때의 그 충격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보다 더 좋은 기능을 한다는 약물들이 생겨, 딱히 찾을 이유도 없게 되었고 곰 쓸개즙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이었던 80년대를 떠올려 보면, 다방면에서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르다. 특히 체형의 변화가 눈에 띈다. 나와 함께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동무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참 길쭉길쭉하고 덩치들도 좋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적 발전에 따라 소득 증가와 더불어 식생활의 양과 질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신장과 체중에 현저한 발달을 이루었다. 아니 오히려 한 켠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아동들의 소아성인병의 비율이 증가해서 걱정이다. 그만큼 섭취하고 소비하는 음식의 종류, 에너지량이 현격히 풍부해진 것이다. 즉, 대체약품의 개발 및 영양보조제의 다양한 출현, 그리고 이제는 과다해진 음식물의 종류와 에너지량 등에 밀려 예전에는 보양식이네, 강정제네 하며 잘 팔리던 음식들이 요즘엔 그 인기가 주춤해졌다.

이쯤에서 개고기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예전에도 항상 개 식용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와 찬성의 목소리는 항상 공존해 왔으나, 특히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개도살의 비위생적인 도축 환경이라든지, 음지 유통 경로라든지, 식용을 위한 개의 사육과정에서 쓰이는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들, 가둬 키우는 것에서 오는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그야말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의 견공들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사랑했던 그러나 분실 혹은 유기된 견공들까지, 병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은 채 식용으로 쓰인다는 등의 이유까지 더해져 개식용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점점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개고기 판매량을 조사한 것에 의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개식용을 하는 연령층은 사실 젊은 층보다는 이전부터 개식용 문화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어 왔던 연령층, 즉 중년을 훌쩍 넘은 분들이 주 소비자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개식용 문화는 우리나라에서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지만,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다양한 문화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를 먹는 미개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움을 넘어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개고기의 일반성분은 단백질 18.5%, 지방 4.1%, 탄수화물 0.4%, 무지길 0.8%로, 특별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예전에 마땅한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했던 시절, 특히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여름철에 일반서민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개를 영양보충원으로 삼았을 뿐이다. 소위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불포화지방산의 함유량도 우리가 식용을 전제로 키우는 다른 동물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정도일 뿐. 동의보감에 그 효능을 적은 허준 선생님도 지금처럼 약이 많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굳이 개고기를 운운하진 않았을 것 같다.

개만 불쌍하고 소나 돼지는 불쌍하지 않느냐를 내세우면서 소, 돼지, 개도 다 불쌍하지만 난 다 먹는다는 분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소, 돼지, 닭은 식용을 전제로 길러지는 '가축'이고, 반려동물로 생활하지는 않는다는 데에 그 차이가 뚜렷하다. 또한, 식용을 전제로 길러지는 '가축'의 경우에도 결코 잔혹한 방법으로 죽이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무엇도 먹고 무엇도 먹고 하며 개를 먹는 것을 마치 한국의 고유한 문화인 양 내세우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문화'란 무엇이며, '고유하다'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고유한 문화는 내세워 자랑하고 싶은 우리만의 특별함이 담긴 뜻이다. 또한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에 의해 생겨나고 사람들에 의해 바뀌는 것으로 현대사회의 반려동물 문화의 확산과 개식용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음에도 이를 주장한다면 그야말로 시대를 역행하는 과오가 아닐는지. 굳이 개고기를 굳이 먹어야 하는 이유보다 먹지 않아야 할 보편적인 이유가 이제는 그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다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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