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희귀 난치성 질환앓는 시율 군
26주만에 미숙아로 태어나며
병원 실수로 치명적 뇌손상
다섯살 됐지만 뒤집기도 못해
뇌 장애·희귀 난치성 질환
3년동안 대수술 스무번 받고
머리에는 치료용 기구 빼곡
당장 시급한 수술 앞에도
치료비 부담에 현실 막막

"무조건 우리 시율이가 저보다 먼저 죽어야만 해요. 더도 말고 시율이 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시율이 뒤집기도 하고 고개도 가눠야 하는데…"

찬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 바람이 불어오지만 시율이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하늘이 아닌 천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율이의 하루는 또래 여느 아이들이 한창 말에 재미가 붙어 엄마, 아빠와 조잘조잘 얘기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는 일상과 다르다. 2012년 6월 26주만에 미숙아로 세상 밖으로 나온 시율이는 올해 다섯살이 됐지만 몸무게는 10㎏이 채 되지 않고 발달 단계는 생후 1~2개월 신생아와 같은 수준이다.

◆다섯살 시율이가 견뎌낸 스무번의 대수술

시율이 엄마 김미연(32) 씨는 조산으로 시율이 출산 당시 양수가 이미 많이 빠져나온 상황에서 제왕절개를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자연분만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출산과정을 거쳐 시율이를 낳았다.

시율이는 머리가 아닌 다리부터 먼저 나오기 시작했고, 긴박한 순간에 당황한 병원 측의 실수로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었다.

호흡 문제를 염려한 의료진이 시율이를 그대로 잡아 뽑아내면서부터 고통은 시작됐다. 세상 밖에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시율이는 혈관 문제가 심각해져 뇌에 물이 차는 현상이 나타났고, 곧바로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시율이는 뇌 병변 장애 1급과 티아리 증후군(소뇌가 처져있는 질환)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판정받았다. 생존 가능 확률이 너무 낮다는 부정적인 진단이 뒤따랐지만 엄마는 소중하게 얻은 시율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한 곳에서 유일하게 치료가능성을 확인받았고, 그 이후 시율이는 태어나자마자 3년간 무려 20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시율이의 작은 몸으로 그간 받은 심폐소생술만 세 번이 넘는다. 뇌 성장과 함께 두개골도 같이 커야 하지만 시율이는 두개골이 유압으로 인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다.

기계를 집어넣어 뇌의 성장을 유도하는 수술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반복적으로 수차례 받고 있어 시율이의 손바닥 만한 머리에는 벌써 다섯개의 기구가 박혀있다. 현재 시율이 뇌에는 물이 차지 않게 막아주는 밸브와 기구들이 빼곡히 박혀있어 더 이상 기구를 넣을 곳도 마땅치 않다.

주기적으로 뇌에 물을 빼는 관을 삽입하고, 이를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뇌에 차는 물을 빼지 않을 경우 뇌가 녹아 기능저하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정기 검진을 받을 때 마다 뇌에 물이 찬 것을 확인하고, 수술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MRI 촬영 등이 매우 중요한 과정 중 하나지만 검사마다 만만찮은 비용으로 인한 부담감은 매번 엄마의 어깨를 짓누른다.

◆당장 시급한 수술 앞에도 만만찮은 수술비 부담…

더욱이 현재 시율이는 경기가 심해져 모든 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를 한 번 시작하면 눈 깜빡임이 심해지고 구토 증세가 나타나며 온 몸이 그대로 굳은 채 빳빳해진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들어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 시율이의 경기를 옆에서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엄마는 매일 매일 피가 마른다.

시율이의 경기가 언제 어디서 시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율이는 골반이 틀어지고 강직이 갈수록 심해져 몸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나 자극을 가할수록 시율이의 경기는 심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난치성 뇌전증, 폐쇄성 수두증, 두개골 유합증,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을 복합적으로 앓게 됐다.

미연 씨는 "한 번은 시율이 아빠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시율이가 거실에서 혼자 경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때 그 모습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그 이후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어요"라며 “잠시 잠든 제 스스로가 얼마나 밉고 원망스럽던지 그 날만 떠올리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라며 울먹였다.

시율이는 잦은 뇌 수술 때문에 한창 성장해야 할 시신경이 손상돼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치아도 그동안 치료를 받으며 복용한 약이 많이 독했는지 누렇게 썩어 들어가고 있다. 치아 배열도 고르지 않아 치아가 잇몸 안쪽으로 나고 있어 치과 진료가 시급해보였지만 이마저도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수술비만 5000만원이 넘는 데다 시율이의 질환 상 추적관찰이 필수적이라 앞으로 시율이네가 감당해야 할 수술비와 치료비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아빠 박효진(32) 씨의 월급으로는 수술비와 치료비로 인해 쌓인 부채를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보증금에 대출이자 상환금까지 더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압박까지 더하고 있어 시율이 엄마와 아빠는 더이상 피할 곳이 없이 마주한 현실앞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율이 안고 푹 한 번 자보고 싶어요”

시율이 엄마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시율이와 함께 새벽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잠을 자보는 것이다.

경기가 심해지면서 매일 새벽과 밤을 전쟁처럼 보내다보니 시율이 엄마와 시율이에게 깨지 않고 자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미연 씨는 "우리 시율이는 강한 아이예요. 어른이었으면 벌써 지쳐서 잘못됐을거라고 하니깐요. 울만큼 울고 지칠만큼 지쳤는데 또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 보니 제가 시율이보다 약한가봐요. 태어나자마자 이 작은 몸으로 20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아냈는데 어떻게 제가 온전한 정신일 수 있겠어요"라며 "그래도 선천적인게 아니라 단지 미숙아일 뿐이니깐 조금이라도 나았으면 좋겠어요. 치료비 걱정없이 수술받게 해주고 싶어요. 우리 시율이 앞으로 뒤집기도 해야하고 고개도 가눠야하고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시율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현실적인 소망이자 제 마지막 소원이예요"라며 울먹였다.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후원계좌= 기업은행 035-100410-01-833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후원문의= 042-477-4072.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