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 지속 예고… 표심 영향, 노동 4법도 정쟁 불씨로 남아있어
쟁점법안 당리당략에 선거구 지연, 현역 책임론… 유권자 선택에 관심

지리멸렬하던 선거구 획정 ‘여진(餘震)’이 총선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구 지연의 원인이 테러방지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4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연계됐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 총선의 표심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최근 야권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며 법안통과를 반대했던 테러방지법은 대테러 활동에서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범정부 차원의 테러 대응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권은 국정원에 영장 없이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 추적'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되는 만큼 ‘국민감시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야권이 9일간의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며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총선에서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여야의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법안인 노동개혁 4법은 처리가 무산되면서 일단 19대 국회 임기 중 처리가 불투명해졌지만 여전히 정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여권 일각에서 이날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쟁점법안들을 총선 이후에라도 반드시 처리하자는 주장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세를 몰아 임시국회를 소집해 해당 법안들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더민주 등 야권에서는 이를 총선에 이용,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같은 쟁점법안을 정파 간 당리당략으로 이용해 선거구 획정을 지연시킨 현역 국회의원들의 책임론도 불거지면서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여야 모두 쇄신을 이유로 ‘현역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현역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이 경선과 본선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특히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규정하는 언론을 통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도매금’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공통된 시선이다.

지역 정가 인사는 “여야 모두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4법 등을 통해 총선에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기 위한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이라며 “여당은 ‘정부 발목잡는 야권’ 프레임을, 야권은 ‘여당의 공안정국·친재벌 정책’ 프레임을 각각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예고된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짧은 기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진흙탕 선거는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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