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월요편지]배재대 석좌교수

미국 아마존 비즈니스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였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꿈꾸고 사랑하고 열렬히 행하고 성공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참 멋있고 의미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면 위와 같은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받아왔고 이로 인해 ‘왜?’라는 목적의식은 생략된 채 ‘뭐가 되는’ 목표만 생각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후배의 아들은 지금 중학생인데 자기는 항공정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계통의 마이스터고로 진학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집안 형편도 좋은 편이고 학교 성적도 상위권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고교진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매학기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나의 인생설계’라는 과제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250여명의 대학생들로부터 과제물을 받아보았는데 장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인을 희망하는 학생은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전공과 관련하여 소박한(?) 일과 직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의 저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우리가 일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설명합니다. 첫째는 ‘돈’을 버는 것, 둘째는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셋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넷째는 ‘열정’을 따르는 것, 다섯째는 ‘재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먼저, 뭐니 뭐니 해도 돈 때문에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쇼펜하우어까지도 “오늘날의 돈은 지칠 줄 모르는 프로테우스(세상 만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신)처럼 인간의 변화무쌍한 소원과 다양한 욕구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높은 소득수준과 행복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연구결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두 번째로 사회적 지위가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주장은 일단은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루소가 말 한대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이나 명성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고 ‘지위’가 아니라 ‘존경’을 얻어야 합니다. 또한 그 직업을 통하여 쏟아 붓는 노력을 사람들이 감사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한 직업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역사에 남을 고결한 업적이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봉착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영향력이 있느냐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고 눈으로 확인한다 할지라도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것에서 오는 좌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천직이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열정과 재능을 결합시키는 것이 직업선택에서 최선일 것 같습니다. 이에 딱 부합되는 사례로 호주에서 성장한 웨인 데이비스는 안정된 직업인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을 버리고 월급도 훨씬 적고 출근 시간만 3시간 이상 걸리는 테니스 보조 코치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테니스에 인생을 걸고 밤낮없이 연습을 한 결과 마침내 실내 테니스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취업시즌을 맞아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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