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감염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 됐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SNS에서도 온통 메르스 이야기다. 요즘은 메르스 상황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가 밝힌 확진자수는 165명이다. 전날에 비해 8명이 늘었다. 완치돼 퇴원한 사람이 24명, 사망한 사람은 23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역사회 감염 사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질병이긴 하나, 밀접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전파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알려졌었다. 하지만 한 달 동안의 상황은 매우 충격적으로 전개됐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수천 명의 접촉자들이 격리됐다. 일부 병원은 폐쇄됐고, 학교는 휴업에 들어갔다. 각종 행사나 모임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사투를 펼치고 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국민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처음 접하는 메르스의 확산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두려움도 커졌다. 특히 보건당국의 초기대응의 미흡함, 감염 정보에 대한 비공개 등 문제가 드러나면서 불신이 극대화됐다. 첫 감염자의 확진이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지연된 점,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감염의 진원지였고, 국내 최고수준의 의료기관 임을 자부하던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점, 환자 발생병원 등의 감염정보를 초기에 공개하지 않은 점,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와 의료진이 감염됐다는 사실은 두려움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메르스 사태를 극복해 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첫째, 제대로 대응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은 우려하는 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판단과 전문가들의 견해에 신뢰가 생겼다.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메르스 감염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병원 내 감염과 병원 간 감염이며 '환자와 병원 의료활동을 통해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일반 생활을 하면서 메르스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병원을 옮겨 다니는 행위를 삼갈 것, 가족이나 친지 등의 병문안을 중지할 것, 불가피한 간병인들은 환자와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메르스 대응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형성돼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보건당국의 초기대응 미흡, 감염 정보에 대한 비공개 등의 문제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등 사회적 문제의식을 통해 시정되고 바뀌었다. 또한 국민들의 관심과 SNS 등 자발적 소통 구조는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정보제공이 이뤄질 경우 지역사회 감염을 통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의 힘겹고 치열한 노력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비슷한 불행의 반복으로 여기는 분들이 있다.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은 관조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르스는 현재 진행 중이며, 이미 국민들이 관여하기 시작했고, 합심해야만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제 경각심을 넘어, 자신감을 갖고 함께 대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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