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아침 7시반이면 늘 아침을 먹는다. 주말이나 공휴일 일요일도 어김없이 그 시간에 아침을 먹는다. 직장생활을 30여년 한 남편은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런지 정년을 한지 4년이 지났어도 제 시간에 아침밥을 먹는다. 물론 일일이 내가 차리는 건 아니다.

30여년간 직장생활 할 때 밥을 해주었으니 정년 후부터는 남편이 밥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두식구가 사니 반찬이 그리 필요하지 않다. 아침만 함께 먹으면 점심저녁은 각자 알아서 먹으니 아주 간단한 반찬만 있으면 된다. 다행이 남편은 묵은김치를 국물 한방울 버리지 않고 먹는 사람이라 김치 하나면 훌륭하다.

김치를 뚝 잘라넣고 멸치와 된장을 조금넣고 푹 지져서 잘 먹는다. 남편이 만드는 반찬도 있지만 간간히 나는 반찬을 만들어 주면 남편은 역시 손맛이 다르다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시레기를 볶으면 정말 잘 먹는다.

아는 분이 시레기를 삶아 아예 멸치와 된장을 버무려 많이 주신 덕으로 봄 내내 먹었다.

그리고 시골에 가면 지천인 머위를 어릴 때는 순을 된장에 무쳐먹고, 지금은 머위대를 삶아 껍질을 까서 들깨가루 넣고 볶아놓으면

며칠이고 잘 먹는다. 어머님은 여름이면 직접 기른 콩나물을 국으로 끓여 냉장고에 넣어놓으셨다 내어주시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나도 그래서 콩나물 한봉지 사다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냉국처럼 잘 먹는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농사지었다고 봉지봉지 주는 상추가 우리집 여름밥상을 지킨다. 된장하나만 있으면 쌈을 싸도 맛있고 어느땐 들기름에 국장장으로 겉절이를 해도 별미다. 손으로 뚝뚝 잘라 비벼먹어도 좋다.

남편과 아침을 먹는일이 행복하다.

그 시간이 잠시라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 스케줄은 뭔지 누구와 점심을 먹을 약속이 있다고 하면 남편은 안심한다.

남편의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으니 밖에 나가도 참 마음편하다. 잘 찾아먹고 챙겨먹고 있으니 말이다.

결혼36년. 참 평등한 가정을 이루어내는 데 우리는 성공한 셈이다. 밥, 빨래, 청소, 쓰레기 분리배출 신경전 벌이지 않고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참 많은 시행착오와 대화, 그리고 이해와 배려가 이루어 낸 소박한 풍경이다. 남편이 툭툭 빨래를 넌다. 나는 배달된 책을 읽는다. 어제는 나도 남편이 좋아하는 시레기물고기조림을 만들었다.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錦沙 http:///blog.daum.net/silkjewel-58
 
(이 글은 6월 5일 작성됐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