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강동대 항공관광과 교수·한국시인협회 회원)

새들의 노래로 나신(裸身)을 씻는다. 풀잎에 누워 눈부신 햇살로 뛰어내렸다. 조용한 숲속 계곡의 물길이 되었다. 정오의 햇살이 정수리에 꽂힐 때 심한 갈증을 느꼈다. 내 육신은 색깔도 형체도 없는 투명체다. 그러나 낮은 곳을 향할수록 더 넓고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구름으로 일어나 메마른 사막의 열기와 광활한 초원을 연모했다. 갠지스강가에선 시바신의 찬가를 들으며 사자(死者)의 영혼을 노래했다. 나일강 삼각주엔 파라오의 유적들이 허공에 떠돌고 희말라야 암벽 동굴에선 영원한 세계를 향한 가슴들이 설산을 굽어보고 있다.

형체없는 육신과 의식의 저 너머에는 시바신도, 붓다도, 예수도, 알라도 같은 가슴과 영혼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내 가슴은 수천 만 년 동안 바람과 구름이 되어 윤회의 강을 맴돌았다. 그래도 내겐 바다가 되고 싶은 꿈이 하나 있어 오늘도 낮은 곳으로 흐르고 있다. 구름으로, 메마른 사막의 단비로, 시베리아의 눈발이 되어 세상을 안아 보았지만 그래도 바다처럼 잔잔하고 그윽하게 그저 출렁이고 싶다.

한줌의 햇살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도 좋다. 내 몸속으로 세상의 모든 강들이 출렁이고, 하늘의 모든 구름이 흩날려, 바람은 사방으로 몰려와 더욱 더 나를 자유스럽게 만들 때 푸르게 빛나는 바다를 담아내어 그저 고요하고 싶다. 마지막 여정인 바다가 온 몸으로 스며들고 있다. 나는 바다이다. 또 하나의 이슬이다. 그것은 크기가 아니라 그저 출렁임이며 다만 푸르름일 뿐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