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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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진돗개를 유별나게 좋아한다. 심지어 30대 젊은 시절 전문 사육사를 데리고 전라남도 진도에 내려가 투숙을 해가며 순종 30마리를 구해서 자택으로 가져온 일도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회장은 진돗개를 세계적인 명견(名犬) 대열에 올려놓기 위해 끈질긴 노력 끝에 2005년 영국 견종협회 컨넬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진돗개의 인연은 2013년 2월 동네 분들이 선물로 준 '희망이', '새롬이'를 청와대 입주 때 함께 데리고 들어가면서다. 그런데 최근 소위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일어났을 때 박대통령은 '청와대의 실세는 없다.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가 있을 뿐이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명견에 밝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진돗개는 싸움에 절대 포기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키다' 등 다른 명견이라고 하는 개들은 싸우다가 힘이 딸리면 꼬리를 내린다고 한다. 승복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돗개는 상대방과 싸우다 피를 흘려도 기운을 찾게 되면 다시 도전을 한다는 것. 그래도 안 되면 또 물러났다 다시 덤비고…. 이렇게 포기를 모르는 진돗개가 우리 국민성과도 닮은 것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보듯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끝내 일어서서 독일 광부파견, 월남전 등을 겪으며 경제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그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 전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은 7번 낙선했다가 포기하지 않고 8번째 도전하여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칠전팔기(七顚八起).

뿐만 아니라 조그만 재판이라도 했다하면 1·2심에 불복하고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바람에 우리나라처럼 재판 많은 나라도 없다.

광주와 전남지방의 오랜 숙원이던 '아시아 문화전당'의 국가지원이 지난 2월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이로써 개관 첫해인 올해 1340억원을 지원하고 5년 동안 매년 800억원의 운영비를 국가가 지급한다. 직원도 400명이나 되는 중앙박물관보다도 큰 규모로 국내 최대의 문화프로젝트다. 정부는 매년 800억원이나 지출해야 하는데서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호남출신 정치인, 문화인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해내고 말았다.

이제 호남은 금년 9월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비롯, KTX 개통,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개막 등등 신바람 나는 대형잔치가 계속 될 전망이다.

우리가 그것을 배 아파할 것은 없다. 오히려 KTX 서대전 통과 하나 해결 못하는 우리의 미적지근한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 심지어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은 물론, '과학의 메카'라고 하면서 500억원 투자규모의 사이언스센터 조성 문제조차 해결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충청지방을 방문하는 여·야 지도자들의 '립서비스'에 그저 착하게 웃고 있는 충청도에 2% 부족한 것. 그것이 바로 '진돗개 기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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