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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달 발생한 안산 인질 살해 사건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범인은 아내의 전남편 집에 들어가 전남편과 딸을 무참하게 살해하고도 오히려 큰소리를 쳐 공분(公憤)을 샀다. 범인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죄책감 결여, 범행 합리화, 공감능력 부족, 교활성 및 폭력성 등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냈다.

#2 그런 반면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안전은 뒷전인 채 남의 생명을 구조하는 의인(義人)들이 적지 않아 우리 사회에 한 가닥 희망을 준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박지영 씨, 단원고 남윤철 교사의 희생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로마신화의 야누스처럼 인간에게서 '선과 악'이라는 두 개의 얼굴을 본다. 인간의 천성(天性)에 대해선 맹자의 성선설(性善說), 순자의 성악설(性惡說)로 엇갈린다. 이를 극복하는 이론으로는 무선무악(無善無惡)-능선능악설(能善能惡說)을 들 수 있다. 중국 명나라 때 왕양명(王陽明)의 학설도 같은 맥락이다. 마음 본체는 본래 선과 악이 없는 것이지만, 선과 악이 나타나는 것은 뜻(意)의 작용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을 행하고 악을 버려 마음 본체로 돌아가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요즘 인간의 성품에 대한 담론이 무성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를 '인성교육 원년의 해'로 선언하고 대대적인 인성교육 범국민 실천 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난해 말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여야 의원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의 입법 사례다.

우리의 절박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주목할 대목은 인성교육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했다는 점이다. 국회의장 대표발의 법안 절차를 밟은 게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40일이 지나서였다. 당시 304명에 이르는 인명을 차가운 바다 가운데 수장시키고 나서 '우리 사회, 뭐가 문제인가'라는 통렬한 자성의 결과물이었다.

탐욕스런 한 기업인에 놀아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무능과 부패, 그리고 무력의 업보로 치부하기엔 너무 참혹한 것이었다. 국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 앞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의 아픔은 그 누가 어루만져 줄 것인가. 결국 그 물음은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왔고 해결책 또한 우리 모두의 공동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압축 성장의 그늘에서 간과해온 인간존중의 양심 회복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덕목이다. 인간성-도덕성 회복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인류보편적인 천부의 권리가 황금만능주의, 결과지상주의에 의해 훼손되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우리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지향한다. 이젠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다. 예(禮)·효(孝)·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과 같은 핵심 가치·덕목도 설정됐다. 국가나 지자체 및 학교만의 몫은 아니다. 가정과 종교, 사회단체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모두 나서도 모자랄 판이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법령 정비는 물론 인적 물적 지원 체제 마련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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