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봐야 닷새 정도면 끝난다〉

서한 선제 때의 일이다. 당시 도성 안의 백성들은 제법 살기가 좋아져서 큰 탈이 없이 지내고 있었다. 다만 도둑떼들이 들끓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경조윤으로 부임한 장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겨우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한 채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 양훈이 대역무도한 죄를 지었다고해 사형을 당했으며, 또 다른 친구들도 그 일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벌을 받고 파직 당했는데 장폐는 목숨만 겨우 부지해 머나먼 산골로 유배를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폐도 얼마 가지 않아 벼슬길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때 그의 장수 중에 부리의 직책을 가진 서순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건을 주로 맡아서 처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그런데 그는 사건이 접수됐음에도 일은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것이었다. 장폐는 그를 불러 시정을 지시했지만 그는 한 술 더 떠서 동네방네 다니며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앞으로 장폐는 경조윤 자리에서 5일을 더 견디지 못할 것이다(五日京兆·길어 봐야 닷새 정도면 끝난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를 위해 일을 한단 말인가.”

그 말을 전해들은 장폐는 항명죄로 서순을 당장 옥에 가두고 말았다. 요즈음도 자기의 일이 막중함을 모르고 허세만 부리고 엉뚱한 일이나 해당없는 업무를 처리해 남은 물론 자기의 명예를 손상해 국가의 위기로 까지 몰고 갈 때가 있다. 항시 자기 본분을 잘못 이해하고 남을 해치는 이간질을 한다면 원한이 되어 모든 일을 망치게 된다. 자기와 가정의 어려움이 닥치지 않도록 항시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로 이어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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