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본사 명예회장

대전과 세종시를 관통하는 국도 1호선, 잘 정돈된 대지 한 가운데 덩그러니 봉분만 남아있는 묘소가 하나 있다. 묘 주변을 1m쯤 파서 대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묘는 꼭 바다 가운데 떠있는 외로운 섬과 같다.

궁금한 것은 산소의 후손들이 어떻게 명절날 성묘를 할까 하는 것. 도로에서 새처럼 날아가거나 사다리를 길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대로 계속 두면 폭우라도 쏟아질 때 묘소가 무너져 유골이 밖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있다. 분명 토지주와 묘소 옮기는 게 원만한 합의가 되지 않아서 저런 상태로 국도 1호선 옆에 몇 년째 전시돼 있을 것이다. 합의가 안 되는 책임이 누구에게 더 있는지 알 필요도 없다. 청와대까지도 '문고리'로 회자되는 소통의 문제-그렇게 소통이 꽉 막혀 있는 우리의 여러 현실을 이곳에서도 본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보고도 소통을 시키려고 중재하는 제3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역시 국도 1호선의 민가 지붕위에 세워진 커다란 전광판.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가며 교통안내판이려니 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악덕기업…', ' 싸가지 X', '거짓말쟁이' 등 특정기업을 향한 절규 같은 문자가 계속 회전하는 데는 눈을 번쩍 뜨게 한다. 무슨 사연이 있어 저렇게 강고한 전광판까지 세워 한 기업을 성토하는 것일까?

역시 불통의 절벽인가.

지난 여름 독일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삼성이 출품한 냉장고를 LG전자 측에서 훼손시켰다 하여 '부끄러운 뉴스'가 되었었다. 삼성은 LG를 고소했고 LG는 그런 사실이 없는데 모함이라며 맞고소를 하기에 이르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리 전자업계의 뜨거운 라이벌 관계라고 하지만 이렇게 국내 업체끼리 외국에서 모양 사납게 싸워야 하는가? 검찰의 수사가 만능은 아닌데 서로 소통의 손을 잡을 수는 없을까?

정치권도 마찬가지.

새해 첫날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가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외면했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현재와 역사의 소통. 그리고 국민통합차원에서 여·야 모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이제 우리도 역사와 화해하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성숙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는가. 국민을 갈등 속으로 몰아넣는 죽음의 문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그 나쁜 DNA의 사슬을 끊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DNA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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