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휴게소 재벌'로 불리는 충남 보령 연고 기업인 대보그룹의 스캔들로 시끄럽다. 대보그룹의 최등규 회장에 이어 임원진들도 엊그제 잇따라 구속되면서 그룹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2백억 여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캔들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

공공 부문 입찰을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어느 선까지 드러나느냐가 핵심이다. 대보측은 2011년 4대 1 경쟁률 속에서 500억원 규모의 이천 육군항공작전사 관사 공사를 따냈다. 일단 국방부가 타깃이 되고 있다. 후속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대보그룹은 1981년 보령에서 창립한 대보실업을 모태로 급성장한 회사다. 주로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2013년 매출 규모 1조원을 넘어섰다. 대보건설를 비롯해 1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고속도로 휴게소, 건설, 골프장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고속도로, 국도, 철도, 지하철, 고속철도 등 대형 국가기간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그룹성장 과정에 대한 뒷말이 많았다. 건설부문 의혹만 불거진 게 아니다. 도로공사의 자회사였던 정보통신회사를 인수해 대보정보통신으로 개명한 뒤 고속도로 정보통신과 관련된 공사 및 납품 독점체제를 구축하면서 부터다. 지난해 10월 국감 결과 휴게소 등 고속도로 편의시설 입찰에 자회사 동원, 도로공사 고위급의 대보정보통신 재취업 문제 등의 유착 의혹도 그런 맥락이다. 휴게소 재벌 성장 배경에는 도로공사 고위 간부들의 '전관예우' 구조가 작용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간 쌓아온 건실한 기업, 성실한 기업인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충청도 청년이 무작정 상경하여 광화문 앞에 독서실을 열어 남다른 사업 수완을 키웠다가 다른 사업으로 망한 후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선 최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뭇 젊은이들에게 닮고 싶은 모델로 각인되는 듯 했다. 안정적인 무차입경영을 실현한 덕분에 1997년도 외환위기 당시에도 기업의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 레저, 통신사업으로 사세를 줄곧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었다.

최 회장은 배려와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데 성공한 기업인이다. 모교인 대천고등학교에 학습형 기숙사인 '대보영재관을 건립해주었다. 고속도로 장학재단, 시군 장학금 지원 등의 행복장학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원밸리CC를 개방해 주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과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 양로원 정기 후원도 하고 있다.

대보측이 충청권과 유무형의 관계를 갖고 있었고, 나름대로 공헌하는 바가 작지 않았기에 우선 실망감이 크다. 건설업계 불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건이 터져 그 여파도 작지 않을 듯하다. 엊그제 업계 25위인 동부건설마저 자금난에 시달리던 끝에 법정관리 신청을 해 1700여 개의 협력업체들도 줄도산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 혁신' 등을 공통적으로 제기한 데서도 경제회생 전략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기업가의 도전정신 못지않게 기업윤리-사회적 책임 또한 막중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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