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이드]
충북 영동 불휘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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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지 중 최고로 치는 게 바다란다. 파도가 일렁이고 청춘들이 꿈틀대는 그런 곳 말이다. 산 사나이들은 단연 고봉(高峯)이 최고란다. 땀에 전 몸을 식혀주는 바람과 경치 때문이란다.

하지만 두 곳은 식상함의 극치다. 여태까지 바다에 빠지고, 산을 오른 게 몇 번 이던가. 게다가 태풍이라도 오면 놀던 흥이 깨져버리기 일쑤다. 날씨 걱정과 식상함을 타파한 '농가 와이너리 1박2일'을 가보시라.

충북 영동=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논·밭 옆엔 와인바가 있다

포도 농사를 짓는 농촌에서 와인을 만든다는 뉴스는 심심치 않게 들어온 터다. 시중에 유통이 덜 된 탓에 우리가 접하지 못한 점이 다분했다. 조금만 공을 들여 찾아보면 대전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와인 농가가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 왜 있잖은가. 포도 주산지로 유명한 바로 옆 충북 영동이다.

기자가 찾은 곳은 많은 와인 농가 중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의 '불휘농장'. 이곳에선 직접 재배한 포도로 '시나브로'라는 브랜드의 와인을 만든다. 농장주 부부가 일군 포도·복숭아 수확 체험부터 와인을 담가보고, 맛보고, 족욕을 하는 일도 진행할 수 있다. 그 뿐인가. 각종 나물과 장아찌가 오르는 가정식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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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난계국악기제작촌을 찾아 체험을 하고 있다. 이형규 기자

이런 농장에 와인 바가 있다면 믿어질까. 천장엔 와인 잔이 걸려있고, 벽면엔 수많은 와인이 자리 잡은 곳. 자체 생산 브랜드가 있고 와인 애호가들이 자주 방문해서 만든 곳이란다.

와인을 만드는 영동 농가 중 거의 처음으로 와인 바를 만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영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군(郡)의 귀빈이 왔을 때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와인 바 옆에는 4인 가족이 하룻밤을 머물 만 한 게스트 룸과 화장실·샤워 시설이 완비돼 있다.

와인 바와 게스트 룸 곳곳엔 농장 안주인의 솜씨가 녹아있다. 미술대학에 갈 뻔 했다는 안주인 이성옥 씨가 '시나브로'라는 브랜드의 스텐실을 해놓거나 포도 농장 그림을 그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놨다.

이곳에서 맛 볼 수 있는 와인은 크게 4종류. 레드 와인인 시나브로 드라이(Dry)와 스위트(Sweet), 장미 빛깔의 로제(Rose) 와인과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 등이다. 특히 다른 곳의 화이트 와인은 보통 켐벨이라 불리는 적포도의 껍질을 벗겨 만드는 반면 불휘농장은 청포도로 담가 본연의 상큼함을 살려냈다. 이 모든 와인은 농장주 부부가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자문을 얻어 자체 개발한 것이다.

보통 고기와 곁들일 땐 드라이 와인을, 치즈 케이크 같은 디저트와는 스위트 와인이 어울린다. 누가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드라이 와인은 고기의 기름기를 말끔히 씻어주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로제 와인은 혀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동안 거부감이 없다. 과일 향을 머금은 와인으로 부드러움을 뽐낸다. 화이트 와인은 단연 생선과 어울린다. 때때로 디저트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상큼함을 머금고 있다. 이 많은 와인을 농장의 와인바와 체험관에서 정원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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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수확한 과일로 만든 요리, 각종 나물과 바베큐로 가득찬 만찬을 즐기며 농장 주인 부부와 나누는 세상사는 이야기는 불휘농장 여행의 또다른 재미다. 이형규 기자

◆밭에서 딴 과일, 족욕기로 퐁당

체험의 시작은 수확이다. 발간 살을 드러낸 복숭아를 골라내 바구니에 담았다. 큰 놈은 성인 주먹만 한 크기까지 됐다. 밭에 함께 간 농장주 이근용 씨는 "큰놈이 더 달달하고 잘 익은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구니의 반 정도를 채운 후 포도 비닐 하우스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흔히 과일가게에서 볼 수 있는 포도 종인 캠벨과 청수, 흑보석, 이탈리아, 알렉산드리아라는 여러 품종을 키워내고 있다. 포도는 짙은 적색을 띄거나 청포도처럼 맑간 색이었만 유난히 흑보석은 두 색을 함께 갖고 거봉처럼 컸다.

수확 후 농장에선 샹그리아 만들기가 벌어진다. 일단 수확한 복숭아와 오렌지, 사과, 레몬을 각각 0.5㎜ 간격으로 얇게 저민다. 복숭아는 맛이 은근하고 레몬은 산이 강해 복숭아를 3개 넣을 때 레몬은 반 개를 넣도록 한다. 다음 과일을 볼이나 빈병에 넣고 와인 500㎖를 붓는다.

3~5시간이 지나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상큼한 샹그리아를 맛볼 수 있다. 칼을 잡은 김에 과일 칩 만들기에도 도전한다. 과일에서 수분을 제거해 단 맛을 끌어올린 주전부리를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샹그리아와 마찬가지로 과일을 0.5㎜ 이하로 얇게 썬 다음 수분 제거기에 넣기만 하면 일은 끝난다. 다만 16~17정도 뭉근하게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손이 계속 가는 간식이 탄생한다.

다음은 와인 족욕. 와인은 혈액 순환에 큰 도움을 줄만큼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심장을 뛰게 하는 붉은 물'이라고 불릴 정도다. 세숫대야나 족욕 체험기에 체온과 비슷한 물 2l를 붓고 와인을 500㎖정도 넣는다. 그러고선 발을 푹 담그기만 하면 끝난다.

족욕 후 발의 각질이 확실히 줄고, 피로감도 감소하는걸 느낄 수 있다. 기분을 더 내고 싶다면 꽃잎이나 과일을 넣어도 좋다. 어느 CF에선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라고 했잖은가.

각각의 체험은 5000~2만원까지 다양하다. 체험 시간도 1시간 안팎이어서 잠깐 들러 발만 담그고 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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