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이영숙 천안서북경찰서 경위
매월 10만원 불우아동 후원
천안복지시설 도움의 손길
“어려운 아이 돕는게 1순위
더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 천안서북경찰서 이영숙 경위. 천안서북서 제공

기차역이나 거리를 지나다보면 한 번 쯤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민간단체의 후원요청을 받곤 한다. 그러나 자신의 경제적 상황 또는 매달 후원금을 내야해야 하는 부담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남모르게 이러한 후원을 10여년이 넘도록 이어온 경찰관이 있다. 천안서북경찰서 민원실장으로 근무하는 이영숙 경위(53)가 주인공이다.

그가 처음 아이들을 돕게 된 계기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서다. 그는 2004년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면서 직접 현장을 다녀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이 정말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당시 관리를 맡은 가정은 할머니와 초등학교 남자아이 둘이 함께 사는 곳이었다. 이들이 열악하게 생활하는 것도 그렇지만 할머니가 아이들을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와 닿았다.

이 경위는 큰 부족한 없이 지내며 여러 곳의 학원에 다니는 자신의 두 딸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 처한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 한 사회복지단체가 펼치는 후원 사업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정기적인 후원을 시작했고, 5년여 전부터는 천안지역의 아동복지시설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후원하면서 직접 아이들을 만날 기회도 있었다. 후원단체에서 매년 운동회 비슷한 행사를 열곤 했지만 그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10여년 간 후원하면서 대상 가정도 3번 바뀌었다.

그럼에도 그는 '키다리 아줌마'를 고집한다. "아직은 때를 만나지 못해서 그렇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크게 내세울 것도 못돼요"라고 말한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매월 10만원 정도의 금액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이 1순위라 생각하고 후원금을 제일 먼저 챙긴다고 했다. 이영숙 경위는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힘들게 생활하는 가정이 정말 많아요.

후원이라는 게 한번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발을 들이면 삶의 보람도 느끼고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더 많은 분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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