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울리는 일들이 다반사다. 자녀들의 통한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로서는 당리당략부터 먼저 따지는 여야 정치권이 야속하기만 하다. 오늘부터 90일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이뤄지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고 일단 가슴을 쓸어내린다.

유족들이 국회를 항의 방문, 2박 3일 동안 쪽잠을 자면서 여야를 압박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를 쉽사리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여야 모두 ‘국민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달고 산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라는 명분론을 반대할 처지가 못 된다. 뒷전에서 이해득실을 챙기기에 골몰하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출석 대상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명시할 건가 여부였다. 새누리당은 애초부터 '청와대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더 이상 유족들의 읍소를 외면할 수도 없었다. 결국 증인 이름을 명기하는 대신 '청와대비서실' '기관장 보고'라는 어정쩡한 문구로 대체하긴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예사롭지 않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청와대의 대응력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가라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정홍원 총리가 대통령의 인지시점이 오전 10시쯤이라고 밝혀 논란을 촉발시켰다. 세월호 침몰이 오전 8시44분 시작됐고, 8시52분에 첫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보고체계의 적절성 여부가 대두되기에 이른 것이다.

조사 대상기관만 22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은 물론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방부에다 KBS와 MBC도 포함돼 있다. 오는 8월30일까지 90일 가운데 10일간 사전조사, 12일간 기관보고, 5일간 청문회로 이어지기까지 국민적 관심 속에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건지 두고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탑승자 476명 중 사망 실종자 등 희생자가 304명에 이른다. 아직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해 실종자 가족의 가슴은 뻥 뚫렸다. 지켜보는 국민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최대 국민적 시련으로 기록될 참사가 주는 역사적 교훈은 실로 막중하다. 탐욕스런 기업가, 무책임한 선장 및 선원, 부패 고리로 찌든 관피아의 적폐, 무능한 정부의 구조 대응력 등이 함께 빚은 공업(共業)의 참담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곳곳에서 이미 그런 경고가 수시로 나왔지만 이를 성과지상주의로 포장하다가 더 큰 화를 입은 꼴이어서 낯부끄럽다.

모두 '안전 대한민국'을 새롭게 구축하자고 외친다. 어떻게 달성할 건가 이게 시대적 명제다. 냉정하게 점검해볼 일이다. 그 첫째는 무너진 재난의 원인 규명-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안전 시스템이 차질 없이 작동될 수 있어야만 한다.

차분하게 사태를 분석-평가해야만 국가 개조수준의 대응책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 밀실에서 얼렁뚱땅 졸속 처리할 일이 절대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 확보 절차가 필수적이다. 그러자면 국정운영스타일도 바뀌어야 한다. 국정의 현장 감각을 살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각도 이뤄져야 한다. '100% 대한민국' '세상을 바꿀 박근혜의 약속’은 지켜져야 옳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