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노 진 호
편집부·제2사회부 차장

"누가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니. 어른들, 선생님의 말씀 시키는대로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어른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침착하던 네 모습…."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다. 그렇다. 어른 말씀만 철석같이 믿고 내일을 기다리던 어린 꽃들은 양심을 내던진 채 도망친 어른들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한 더 많은 어른들 때문에 차가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대참사’가 터진 후 대한민국은 슬픔에 잠겨 있다.

부끄러운 본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재난대응 능력에 그 슬픈만큼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가라앉았다. 한 사람이던 국가이던 간에 살아가면서 ‘사고’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천재지변이 아닌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면,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사고’가 ‘참사’가 됐다면 그것은 몇 번이고 되짚고 또 되짚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는 2200여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우고 미국 뉴욕을 향해 첫 항해를 떠난다. 꿈과 낭만을 싣고 유유히 바다를 가르던 타이타닉호는 4월 15일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다. 그러나 타이타닉호는 세월호와 격이 달랐다. 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는 충돌 즉시 구명정을 펼쳤고 어린이와 여성 먼저 구출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영화처럼 마지막까지 조타실에서 키를 잡고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이후 해운업계에서는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 암묵적 법규가 됐다고 한다. 스미스 선장은 죽기 전 선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군들의 임무는 끝났다. 이제 살길을 찾아라.” 세월호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은 사고가 나자 승객들은 배 안에 남기고 탈출 명령도 없이 구명정도 펼치지 않은 채 제목을 벗고 도망쳤다. 사고 후 이 선장은 “주변에 도와줄 배가 없었다.

안전을 위해 한 일…”이라고 변명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만약 세월호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에만 있었어도 훨씬 더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난 2012년 1월 13일 이탈리아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승객과 선원 4000여명을 태우고 항해 중 암초와 충돌 후 전복된다. 사고 당시 프린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친구들과 파티를 하며 취해 있었고, 사고 후에는 구명정을 타고 도주했다. 셰티노 선장은 “내가 해변에 있어야 구조가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셰티노 선장은 현재 재판 중이며, 이탈리아 검찰은 그에게 2697년형을 구형했다. 슬프다. 우리 세월호의 선장이 셰티노와 더 닮았다는 것이.

“대형안전사고 수차례… 대통령으로서 책임 통감” 서해 훼리호 침몰 후 김영삼 대통령,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것” 화성 씨랜드 화재 후 김대중 대통령, “국민에게 죄인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 대구 지하철 화재 후 노무현 대통령, “군 통수권자로서 무한적 책임과 아픔 통감” 천안함 침몰 후 이명박 대통령…. 역대 대통령들의 대국민사과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달라지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전에 사고 예방 못하고 초동대응·수습 미흡해 뭐라 사죄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 받을 수 있을지 가슴 아프다”라며 또 한 번의 대국민사과를 역사에 남겼다.

참사 후 정부는 부랴부랴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안전점검에 나섰고,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다. 아마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수순은 정치적인 관련자 문책과 애도쇼일지 모른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 이번 만큼은 제발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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