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변평섭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정홍원 국무총리는 야구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정 총리가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팬으로 주말에 틈만 나면 야구장을 찾아 응원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야구에 대한 취미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 총리는 응원팀을 '넥센'에서 '한화 이글스'로 바꾸었다. 그것도 한화의 시합이 있던 대전구장을 총리실 직원들과 함께 찾아서였는데 한화측은 그 보답으로 등번호 '99'가 적힌 야구복을 선물했다.

총리가 이처럼 한화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종시 총리'로서 충청지역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실 총리는 세종시민이다. 지난 3월 5일, 정 총리는 세종시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고 세종시청도 방문하여 주민들과 대화도 가졌다. 그 후에도 '서울 시민'에서 '세종 시민'으로 바뀐 정 총리는 지역기관장과 노인회장 등을 초청, 식사도 하고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충청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충청도 사람은 원래 그 반응이 느리지만 안방 온돌처럼 한번 덥혀지면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우송대학교 존 엔디컷 총장도 충청사랑을 실천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로 7년째 우송대학교 총장을 하고 있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관계학자 존 엔디컷 박사는 부인과 함께 전통시장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시장에서 한국인들의 살아가는 정서와 맛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며칠 전 그는 한 신문에 칼럼을 썼는데 미국에 살고 있는 사위와 손자가 한국에 다녀간 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백제의 고도 공주와 부여를 방문한 것이다. 미국에서 온 사위와 손자가 백제왕국에 대한 총장의 설명을 듣고 아시아의 선진국하면 일본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오히려 백제가 5~6세기 일본에 불교와 문화, 그리고 문물을 전수해 주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존 엔디컷 총장은 외국인들에게 대전이나 백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때는 고향 이야기를 하듯 신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홍원 총리나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의 이와 같은 충청도 사랑은 우리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위안을 준다. 나는 두 분이 기왕 충청도에 관심과 애정을 가졌다면 '백제의 미소'에 대해서도 깊이 들어가 보길 권하고 싶다. 그 '백제의 미소'가 바로 충청인의 미소이며 정신이기 때문이다.

지난 봄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부처의 미소'라는 주제로 불상 특별전을 개최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특이한 사실은 그 불상들 가운데 유난히 시선을 끄는 불상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백제 불상이었다는 것이다. 백제시대 7세기경으로 추정되는 국보 247호 '금동관음보살입상', 백제시대의 보물 330호 '금동보살입상'…. 모두가 백제인의 온화한 심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면서도 그 조각이 매우 정교하여 저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 모두가 공주와 부여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하물며 서산에 있는 백제시대의 마애삼존불(국보 84호)은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한국 고고학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고 김원용 박사께서 이 불상을 '백제의 미소'라고 표현했을까!

근엄한 부처가 아니라 피곤한 길손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네줄 것 같은 친근한 얼굴, 우리는 이 마애삼존불상에서 '백제의 미소'를 보고 '충청인'을 발견하게 된다. 정 총리와 존 엔디컷 총장, 두 분에게 서산을 찾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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