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선후배 챙기기 바쁜 '선비형 석학'

"삼국시대 당시 어떻게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을 할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당나라와 연합을 한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백제나 고구려가 했을 텐데. 모르긴 해도 당나라가 신라보다 먼저 백제와 연합을 제안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백제, 즉 충청권 사람들은 쉽사리 결정을 하지 않죠. 또 선두에 서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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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강의를 하고 있는 이우각 박사가 내린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충청권의 정치적 정서에 대한 해석이다.

이 박사는 그러나 "충청권은 선악 중에서 항상 중간에 서 있어 중용의 덕을 지키는 고장이기도 하지요"라며 충청권의 미덕을 빼놓지 않았다.

외소한 체구에 눈을 감고 막스 웨버의 정치철학을 암송하듯 되새기는 이 박사의 모습은 도서관에 찾아가 '자, 지금부터 그대와 나와의 대결'이라고 결심하며, 인류 학문에 도전을 하는 대목이 나오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과 흡사했다.

이 박사가 정의한 충청권 정치적 정서는 관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해석일 수 있지만 바로 자신의 정치적 꿈을 펼칠 기회가 많았음에도 주변 생각과 고향의 선후배를 의식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해석이 아닐까.

이 박사는 신흥초등학교와 충남중, 대전고를 거치며 정치의 꿈을 키워 왔다.

대전고 1학년 시절 박병석 의원과 한 반이었던 이 박사는 박 의원과의 남다른 교감을 회고해 주었다.

이 박사 말에 따르면 당시 박 의원은 정치에 대한 야심이 있었던 학생이었고, 자신 역시 정치적 꿈을 갖고 있던 고등학생이었다는 것.

박 의원은 나중에 총학생회장을 거치며 아직은 어리지만 정치에 대한 자신의 꿈을 하나둘씩 이루어 갔다는 것이다.

이 박사 역시 어렸을 때부터 해 오던 웅변을 통해 나름대로 정치에 대한 학습을 했다.

특히 이 박사와 박 의원은 당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토론을 즐겨할 정도로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박사는 그 당시 박 의원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이 박사는 "회상사를 경영하시던 박 의원 아버님이 중국에서 직·간접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당시 어린 마음에 박 의원 아버님이 마음속으로 크게 와 닿았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정치의 꿈을 간직해 온 이 박사는 정치 전면에 나설 많은 기회가 있었다.

과거 민정당 시절 박준병 의원과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 박사는 당시 상황에서 충청권 어느 지역이라도 본인이 선택하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중앙에서 장관이나 차관을 경험하고, 권력의 중심부에서 일한 뒤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 역할을 하려 했다"며 "고향에서 같은 학교 선후배들간에 경쟁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기회를 잡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조금은 괴팍할 수도 있는 이 같은 이 박사의 결정은 결국 이 박사 역시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앞서는 다른 충청도 사람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이 박사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난 79년 자신의 결혼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서울 선린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이 박사는 일체의 축의금을 받지 않고, 동료 교사들의 축시와 학생들의 환호 속에 결혼식을 치렀다.

이처럼 남들 다 받는 축의금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 박사는 "내 결혼식을 하는데 손님들이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재직 중에 있는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이 방학을 맞아 조금은 한가해 보이지만 올가을을 앞두고 이 박사의 행보는 여전히 부지런해 보인다.

조만간 '동북아 미래 중심 포럼(가칭)' 창립 준비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포럼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참여해 새로운 정치, 사회적 패러다임을 구상하고, 미래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정치의 집은 정치적 열정을 갖고 정치를 소명으로 느끼는 사람이 정치의 집을 지키는 것'이라는 막스 웨버의 정치인에 대한 짧은 경구를 즐겨 외우는 이 박사는 지금은 후학을 기르는 입장이지만 고교 시절 꿈꾸었던 정치를 강의하는 젊은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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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각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는 >
▲ 1950년 충북 보은군 회남면 출생

▲ 신흥초등학교·충남중·대전고 졸(1970)

▲ 서울대 사범대학 졸(1975), 서울대 대학원 수료(1975)

▲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원 사회학 석사, 국제정치학 박사(1983)

▲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영대학원 및 오스트리아 비엔나 상경대학원 졸(2001)

▲ 선린중학교 및 경기고등학교 교사(1975∼1979)

▲ 한나라당 국제국장, 여의도 연구소 기획실장(1984∼1988)

▲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아세아 연구센터 북한문제 연구교수(1999∼2001)

▲ (현)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국제정치학 객원교수

▲ 시집, 소설집, 상식집 출간

▲ 시세계 등단(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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