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투표율 제고차원 부서에서 결정” … 설득력 부족
특정간부 친인척 관계 … 당과 사전협의 가능성 제기
불필요한 오해 소지 이례적인 활동 … 논란 ‘확산일로’

지난 4·11총선 투표당일 청주시가 이례적으로 투표독려 활동을 펼친 것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며 관권선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투표독려 지자체 '청주시가 유일'

총선 투표가 있은 지난 11일 오전 10시 청주시는 이례적으로 흥덕·상당 구청별 과장과 동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별 투표독려 활동을 위한 긴급소집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각 동별로 '한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신성한 주권을 행사합시다'란 내용의 투표독려 방송이 수차례 나가는 한편 일부 지역에선 통·반장 등에 투표참여를 독려해 달라는 요청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선관위의 협조요청도 없이 청주시가 일선 지자체중 거의 유일하게 이례적인 투표독려 활동을 펼친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특정후보의 지지 호소가 아닌 단순 투표참여 독려는 가능하지만 투표율이 정당간 유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도 지자체의 투표독려 활동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정가에서는 투표율 55%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여당에,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라 투표율이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총괄하는 선관위에서도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선 지자체에게 투표독려 활동 협조는 요청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더많은 국민들의 참정권 행사 차원에서 투표율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이또한 선거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투표독려 활동과 관련해 일선 지자체에 협조요청을 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 지시 누가… 당과 사전협의 가능성 주목

청주시의 투표독려 활동을 통한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되자 이번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이번 선거를 총괄한 부서차원에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투표율이 49.3%로 저조했던 점을 고려해 투표율 제고활동을 펼치게 됐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과거 18대 총선당시 워낙 투표율이 낮았던 탓에 전국 평균 이상으로 투표율을 올려보자는 차원에서 부서내부 협의를 통해 정한 것"이라며 "투표참여를 안내하는 수준의 홍보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민감한 결정이 시정 책임자 또는 참모진이 아닌 부서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주변 정황 또한 특정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투표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사전요청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당장 현 한범덕 청주시장의 소속당도 민주당이라는 점, 이번 투표독려 활동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 간부공무원이 민주당 청주상당구 홍재형 후보 뿐만 아니라 당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다는 점 등이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 간부공무원은 투표당일 청주 상당 선거구 지역 동장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투표율 제고에 적극 나설 것을 종용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특정후보의 요청에 의해 투표독려가 이뤄졌다면 관권선거에 따른 선거법위반에 해당돼 검·경 등 수사기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 지역인사는 "선거는 끝났지만 주변 정황과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이번 투표독려 활동의 부적절성이 제기될 정도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며 "만약 이번 일이 정당의 요청 또는 특정인과 사전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면 명백한 관권선거인 만큼 관련 의혹들의 사실여부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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