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당신이 오신줄 알겠습니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지난 5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노 전 대통령에게 띄운 편지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바람이 불었던 것일까.

안 후보는 6·2 충남지사 선거에서 ‘북풍’과 ‘지역주의 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당당히 승리의 깃발을 꽂으며 200만 충남도민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원칙과 소신’,‘사람사는 세상’을 정치적 신념으로 노 전 대통령과 평생 동지적 관계를 맺어온 안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의 부침(浮沈) 만큼 45세의 나이에도 불구, 곡절이 많은 정치인이다.

노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최고의 지도자로 일구며, 정치권에 화려하게 모습을 나타냈지만 돌아온 것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고난이었다.

세상은 안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권좌에 올린 주역인 만큼 온갖 권력과 부가 그에게 쏠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2004년 5월 불법대선자금 수수로 그는 세간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조직과 살림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현실과 타협했지만 그 타협은 우리가 극복하려 했던 과거의 낡은 정치와는 다르다. 하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준으로는 그것 역시 범법행위임을 인정한다. 저를 무겁게 벌해주셔서 승리자도 법과 정의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이고 법과 정의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감당하게 해달라.”

안 후보는 당시 목이 매인 채 마지막 변론을 통해 대선 승자임에도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떠 안겠다는 말을 남겼다.

안 후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논산·계룡·금산으로 출마를 선언,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지만 과거의 아픔이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안 후보는 ‘더좋은 민주주의 연구소’를 설립, 지난 2008년 당내 최고위원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되며, 본격적인 자신의 정치 행보의 서막을 올렸다.

충남 논산 연무읍 마산리에서 2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구자곡초등학교와 고교 시절까지 반장과 학생회장을 놓치지 않은 비록 초라한 시골학교였지만 ‘수재’소리를 들었다.

이후 대전으로 유학, 남대전고에 입학했지만 당시 서슬퍼런 군사정권 하에서 ‘민주주의’를 일찍 깨우친 조숙한 고등학생으로 투쟁의 선봉에 서게 된다.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했다”고 고백하는 그는 1989년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비서실장이었던 김덕룡 전 의원과 일을 함께 하며 야당 정치인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1990년 여당인 민정당과 김영삼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의 이른바 3당 합당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손을 잡게된다.

‘원칙과 사람’의 정치 철학도 노 전 대통령과의 숙명적 만남에서 비롯됐음을 숨기지 않는 그는 ‘원칙과 소신’을 내걸고, 충청정가에서 뿌리깊은 지역정당의 바람을 헤치며 충남호의 선장이 됐다.

천안=방종훈 기자 bang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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