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추천맛집]이성우 사회부 기자 ‘서해안 간제미회’

▲ 이성우 사회부 기자가 간자미 회무침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 있다. 권도연 기자
잔칫집에 가면 채소나 과일을 썰어 넣고 무쳐 홍어회라고 내놓는데 이때 사용하는 재료가 알고 보면 ‘간자미’인 경우가 많다. 식당의 회 냉면에 들어가는 것도 ‘간자미’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성우 사회부 기자는 지난 13일 “자주 가는 간자미회무침집이 있다”며 “퇴근 후 동료 몇몇과 식당에서 보자”고 했다.

저녁 8시가 가까워 유천동 버드내아파트 맞은 편 하이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 기자와 만나기로 한 맛집에 도착했다.

하이마트에서 대전역 방향으로 난 도로변을 따라 서른 걸음쯤 걸어가니 ‘서해안 간제미회’라는 식당이 보인다.

간판엔 ‘35년 전통’이란 문구가 눈에 띄는데, 그러고 보니 이 식당은 이 집 단골인 이성우 기자와 동갑인 셈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실화가 뉴스를 메우는 요즘 일정수준의 가치를, 십 년도 이 십년도 아닌 삼십오 년씩이나 지켜가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오래된 집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음식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식당엔 전홍표 경제부 기자가 먼저 와있었고, 잠시 후 이 기자가 이선우 정치부 차장과 함께 들어온다.

신발을 벗고 4명의 일행이 입구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자, 이 기자는 간자미회무침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한다.

이곳에서 내는 간자미 요리는 회무침과 탕 두 가지. 회무침은 대·중·소로 나눠 한 접시에 3만~5만 원인데, 중간 크기를 주문하면 3~4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겉에서 보기에 허름한 이 식당은 막상 식탁에 앉고 나니 서해의 향내가 풍기는 것 같다. 먼저 나온 밑반찬은 조개탕에 호박고구마 자른 것과 미역냉국 한 그릇이 전부지만, 바닷가 횟집에서 보던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바로 옆 수족관에서 죽은 듯 자는 간자미를 살피던 이선우 차장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그물망을 들고 물을 휘휘 젖는다. ‘마름모 생선’ 간자미가 갑자기 요동치는 물결에 놀랐는지 날갯짓을하듯 헤엄쳐 달아난다.

▲ 간자미회무침을 주문하면, 간자미회 이외에 호박고구와 미역냉채, 조개탕 등을 내온다.

회나 무침·탕으로 먹는 간자미는 홍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홍어는 머리 모양이 뾰족하지만 간자미는 둥근 편이고, 홍어보다 크기가 작아 말린 오징어만하다. 또?주둥이 모양도 다르다. 홍어는 주둥이가 삼각형으로 뾰족한 데 비해 간자미는 둥그스름하고 뭉툭하다.

지역에 따라 '갱개미·갱게미'라 부르기도 하고, 서해안에선 식당이름처럼 ‘간제미·간재미’로 통한다. 헷갈리긴 해도 명칭이 여러 개 있다는 건 그만큼 널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일 게다.

가격은 홍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횟감으로 썰어 먹을 때의 맛은 홍어 못잖다.

고대하던 간자미회무침이 나왔다. 먹음직스런 붉은 색깔의 회무침은 때깔부터 '붉은 연륜'이 배어 있는 듯하다. 간자미회에 미나리와 배·무·오이·양파 등을 넣고, 고추장과 고춧가루·식초로 버무렸다.

▲ 간자미회무침(왼쪽)을 먹은 양념에 쫄면 사리를 넣어 비벼 먹는다.

간자미 살은 물컹하지만, 물렁뼈가 오돌오돌 씹히는 게 맛을 넘어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홍어회 무침과 비슷한데 홍어처럼 쏘는 맛은 없다.

짜지도 달지도 싱겁지도 않은 완벽한 비율의 양념을 한 덕에, 입에 착착 감기며 쫀쫀하게 씹히는 것이 아주 ‘죽인다’.

이날 처음 왔다는 전홍표 기자가 “쫄깃한 살점과 무른 뼈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일품”이라고 평했다.

듣고 있던 이 기자가 “무침에 채소와 과일을 비롯해 갖은 양념이 들어간데다 새콤달콤해 여성이 먹기에도 괜찮다”라며 “상 위에 음식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메인 음식이 맛있어 술 마시며 회포를 풀기에 좋다”고 했다.

이 기자는 “쫄면이나 국수사리를 넣고 비벼먹는 맛도 별미”라며 쫄면 사리를 주문했다.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간자미회가 입맛을 감치며, 기다림 끝에 추가로 주문한 쫄면까지 비벼먹으니 더없이 뿌듯하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거나하게 취기가 돌며 노래 한가락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그런 기분에 들뜨는 게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닌지, 식당에 끼어 앉은 식객들을 둘러보니 저마다 행복한 얼굴을 한다.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리 일행 외에 딱 한 커플이 있었는데, 어느새 둘씩 셋씩 무리 지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저씨 손님으로 꽉 차있다.

▲ 이성우 기자가 간자미회무침을 먹고 남은 양념에 비빈 쫄면 사리를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고 있다.
개인적으론 아저씨 손님이 몰리는 맛집은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저씨 손님은 유행이나 실내장식 등에 현혹되지 않고, 순전히 맛과 내공으로 식단을 선택하는 실속파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계산을 하며 오인국 사장에게 맛의 비결을 묻고 있는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며 실루엣만 언뜻언뜻 보이던 풍만한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설명을 거든다. 오 사장의 어머니인 민순례 씨다.

민 씨는 “내 입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대신 직접 서너 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 식초로 버무리는 게 맛의 비결”이라며 “해수욕장이 있는 대천이 고향이라 28년이나 거기서 식당을 하다가 2001년 여동생이 있는 유천동으로 이사와 이 식당을 열었기 때문에 서해안의 맛의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씨는 “집에서 딴 고추를 쓰고, 배를 갈아서 즙을 내 넣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정성이 더 들어간다”며 “감칠맛이 있고, 깔끔한 맛이 느껴지지 안았느냐”고 재차 물어본다.

아줌마의 밉지 않은 수다는 사람 사는 냄새를 물씬 풍긴다. 무침솜씨는 세련되지 못해 투박하지만 그런 투박함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더욱 좋아하는 게 아닐까.

외양에 신경 쓰지 않고 음식 맛 그 자체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정성이야말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곳에 가면 뭔가 특별한 음식이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셈이다.

퇴근길에 동료를 만나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횟집으로 향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는 일.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 달콤새콤 짙은 맛의 간자미회무침으로 입맛을 깨워보면 어떨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동영상 편집=최진실 영상인턴기자

서해안 간제미회(무침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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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메뉴: 간자미회무침(소/3만 원, 중/4만 원, 대/5만 원), 간자미탕(대/3만 원, 중/2만 5000원), 굴회무침(3만 원, 2만 5000원), 국수사리·쫄면 사리(2000원)

△예약문의: 042-583-7151, 010-9358-3249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자정까지

△주차: 별도 주차 공간 없음

△주소: 대전시 중구 유천동 308-7(버드네 아파트 서부 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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