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가 기어코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카드를 꺼내들 모양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욕을 먹겠지만 불합리한 건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10월 중엔 수도권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정책의 주무 장관이 '욕을 먹더라도' 수도권 규제완화를 밀어붙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반대해온 비수도권의 경고를 아예 묵살하겠다는 의도다.

정 장관은 지난 4월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수도권 문제는 지방과 연계돼 있어 지방 발전전략을 먼저 마련한 후 수도권에 접근하는 게 맞다"고 말한 장본인이다. 한나라당 모임에서의 이번 발언이 종전과는 180도로 바뀐 이유를 정 장관은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 사이에 지방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러니 이 정부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10월 중에 수도권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발언에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방침은 이미 섰고 비수도권의 반발을 우려해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엊그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7차 정례회의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어 안심했더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최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군사보호구역을 완화하는 등 일련의 규제완화조치를 내놓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부 여당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 핵심인사들은 지난 7월 21일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서 후퇴해 수도권 규제완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터다. 이런 점에서 정 장관의 주장은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청사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의도된 계산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시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국회의는 대규모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 할 태세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는 까닭이다. 조만간 있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따져 물어야 한다. 대(對)정부 압박과 관련 법률안의 국회통과 저지운동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은 죽는다는 각오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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