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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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49)

"경은 피혐할 것이 없소. 정인인이 목이 쉰 것 때문에 죄를 받은 것이 아니고 바다 밖 임지인 제주에 가기를 꺼려서 사직하겠다고 하여 죄를 받은 것인데, 정인인이 대간을 보자고 해서 그런 말을 하였다니 이것이 무슨 풍속인가? 아무리 절친한 죽마고우라도 공사(公私)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

대사헌 민휘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정인인을 즉시 금부(禁府)에 내려 국문하게 하고, 대간의 지위에 있으면서 죄인을 사사로이 만난 조세보와 이사공도 함께 국문하도록 하오."

"전하, 조세보와 이사공이 정인인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옵니다."

"아니, 만난 것이 아니면 어떻게 세 사람이 회동을 하여 그런 불온한 말을 주고받았단 말이오?"

"정인인이 피병(避病)하고 있는 집 앞을 지나가다 정인인이 발을 걷고 나와서 만나자고 청한 것이옵니다. 그런 경우라면 평소 원수진 사이라도 거절을 하기 어려울 것인데, 피병(避病) 중인 벗을 어찌 모른 체 하고 지나칠 수 있겠사옵니까? 조세보 등은 국문하지 말도록 하옵소서."

"그래도 용서 못하오."

왕은 평소에 미워하던 대간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도 조세보와 이사공에게 죄를 씌우려 하였다.

조세보와 이사공은 잠자코 있었으면 무사할 것을 친구를 배신하면서까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었고 민휘는 혹을 떼러 갔다가 하나 더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왕은 사헌부에서 올라온 정인인의 추안(推案=범죄심문조서)을 훑어보았다.

정인인은 조세보와 이사공을 만나서 한 말을 모두 시인하고 있었다.

왕은 그 추안을 의금부로 내려보내고 아울러 명하였다.

"정인인이 죄를 입은 것은 목이 쉰 것 때문이 아니고, 바다 밖 임지로 나가기를 꺼려 한 때문이었다. 만일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발명하고 싶으면 떳떳이 법사에 호소하는 것이 정도일 것인데, 여염의 사사집에서 대간을 보자고 하여, 대간이 임금의 뜻을 맞추어 자기를 얽어맸다고 지적하였다. 이른바 '얽어맸다'고 한 것은 아랫사람에 대한 지적이지만 '임금의 뜻을 잘 맞추었다'고 한 것은 군상(君上)의 잘못을 빗대어 꼬집은 말이 분명하니 의금부에서는 이런 뜻을 자세히 살펴서 형량(刑量)을 정해 아뢰라."

의금부에서 보고가 올라온 것은 그 이튿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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