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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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48)

"헌데, 우리가 큰 일일세. 금부나장(禁府羅將)과 나졸이 우리가 저 친구와 같이 있었던 것을 보아 버렸으니 자칫 잘못하다간 우리도 죄를 받을 것이 아닌가?"

"글쎄 말이야. 큰나무 밑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고 오늘 운수가 나빴던 모양이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세."

"그럼 어찌하나?"

"가세."

조세보는 앞장서서 사립 밖으로 나가 말에 올라탔다.

"대사헌 영감 댁으로 가자."

동행의 선비와 인사를 하고 헤어진 이사공도 부리나케 말에 올라 구종을 재촉하며 조세보의 뒤를 쫓았다.

조세보는 정인인이 사헌부가 사건을 분변(分辨)하지 않고 임금의 뜻만 맞추어 자기를 죄인으로 만들었다고 한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사헌부 관리로서 이미 삭탈관직되고 국문을 당하게 된 사람을 사사로이 만난 것만도 경우에 따라서는 문책을 받을 사유가 되는데, 정인인으로부터 사헌부와 임금을 동시에 비난하는 말을 듣고 침묵하였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어찌할 것인가.

더구나 이 이사공과 그의 동행이던 선비가 합석한 곳에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언제 누구 입을 통해 말이 샐지 모를 일이었다.

조세보는 이사공과 함께 직속 상사인 대사헌 민휘를 찾아가 정인인을 만나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피혐(避嫌)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조세보와 이사공은 본의 아니게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흉허물없는 죽마고우의 뼈있는 농담을 무함(誣陷)한 꼴이 되고 말았다.

대사헌 민휘는 왕으로부터 대간이 정인인의 죄를 논박하지 않는다고 힐책을 들은 터였기 때문에 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민휘는 그 이튿날 입궐하였다.

"신 대사헌 민휘 아뢰오. 어제 지평 조세보와 이사공이 공무를 마치고 귀가하는데, 정인인이 길가집에 피접(避接)해 있다가 맞이하여 농언하기를 '내가 독전관으로 목이 쉬었기 때문에 독전관을 갈려고 한 것은 애초에 내 의사가 아니었고 홍문관의 의사였는데, 내가 사직하려 한 일을 가지고 사헌부에서 분변하지 않고 주상전하의 뜻만 맞추어 없는 죄를 얽어서 만들었다…'운운하였다는 것이옵니다. 그것이 비록 사석에서 절친한 친구 사이에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두 지평(持平)이 함께 있고 또 다른 유생(儒生) 한 사람이 동석해 있었다 하오니 공청(公廳)이나 다름없는데도 정인인이 감히 이 같은 말을 농하였다는 것이옵니다. 대체로 임금의 뜻을 맞추어 무고한 사람을 얽어매는 것은 바로 소인의 짓인데, 정인인이 감히 이런 말로 대간을 가리켜 배척하오니 신은 대사헌으로 피혐하기를 청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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