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구급 등 현장활동 증가 영향
PTSD 겪는 충남 소방관 2배 급증
인사 불이익 우려 증상 숨기기도
보다 세심한 정신건강 대책 필요

충남 소방관 정신질환 치료필요인원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남 소방관 정신질환 치료필요인원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올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충남소방관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본보가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해 충남소방본부 소속 3618명 중 263명이 PTSD 관련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28명보다 2배 많은 수치다.

지난해 설문 대상이 3450명으로 올해보다 적었다고 하지만, 100명당 비율로 분석해도 3.7명에서 7.3명으로 동일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기간 PTSD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호소하는 충남소방관도 77명에서 148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수면장애 역시 206명에서 284명으로 많아졌다.

올해 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 치료가 필요한 충남소방관은 모두 695명. 치료필요인원은 △2019년 240명 △2020년 311명 △2021년 411명 △2022년 695명 등 매해 증가하고 있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소방관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화재와 구급 등 현장 활동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충남에서 일어난 화재는 27일까지 1753건으로 전년 동기간(1652건)보다 6.1% 증가했고, 소방의 구급건수도 같은기간 7만 5852건에서 8만 4699건으로 11.7% 늘었다.

즉 업무 과중은 물론이고, 화재 현장과 각종 사고에 빈번히 노출되면서 정신적 충격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올해 초까지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방인력의 업무가 쌓일 대로 쌓여 있었다는 것이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조사에서 현장 출동하는 코로나 직접대응인력이 행정 지원을 하는 간접대응인력보다 코로나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호소했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정신 고통을 덜기 위해 충남소방본부는 일선 소방서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운영하고, 관서 36개서에 치유 공간인 심신안정실도 설치했다.

치료대상자에게는 소방청과 연계해 관련 치료비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소방관의 정신 고통은 업무에 지장을 줘 자칫 사회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기서 충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장은 “지자체의 소방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 현대화 등에 예산 편성이 우선되고 있다”며 “사람이 장비보다 먼저다. 소방관 정신 건강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성은 호서대 안전소방학부 교수는 “소방관이 느끼는 두려움 중 하나는 자신의 병력이 알려졌을 때의 인사상 불이익이다”며 “역으로 치료 프로그램을 받아 개선된 이력이 승진 고과에 반영된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17일 충남 논산 은진면 공장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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