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춘 대전대신고등학교 교사

33년 3개월, 대전대신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했다. 더구나 고교 시절을 보낸 모교이기도 하니 약 37년을 한 공간에서 보낸 셈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학생들의 선배이자 교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을 대하면서 이 두 가지 인연을 잊은 적이 없다. 후배들을 위해 선배이자 교사로서 무슨 일을 못할 것인가! 이 신념은 나를 지탱케 한, 위대한 힘이었다. 교직 여정에서 느낀 교육 이야기를 잠시 풀어본다.

교사 초년기엔 당시 체벌 문화(?)에 동화돼 나 아닌 나로 지내기도 했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교육에 쫓겨 수업의 본질을 문제 풀이에 둔 적도 있었다. 나의 잘못된 교육 방향을 바로잡는 데 독서와 연수, 좋은 교사들과의 만남은 위대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 자양분 덕분에 수업에 삶을 더할 수 있었다. 말하기, 읽기, 듣기, 쓰기, 언어, 문학 등 국어 시간에 구현하는 교육 활동에 내 삶을 대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소통이 훨씬 잘 됐다. 수업에 신바람이 났다.

시간이 흘러 제자들과 소통했다. 제자는 교과서 내용을 기억하기보다 내 삶이 반영된 수업을 추억했다. 그렇다면 내 삶이란 무엇이었을까. 사진을 찍었다. 시민 기자 활동을 하며 사는 이야기를 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실과 바늘처럼 독서 활동과 글쓰기를 진행했다. 주말이면 등산과 낚시를 거듭했다. 서예와 음악 활동을 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들을 수업 시간에 적용했다. 그러한 수업 자료 덕분에 학생들과 소통이 원활했다. 내 수업에 내 삶을 반영하지 않았더라면 교과서 내용 분석만 반복한 채 교사로서의 보람을 맛보지 못했으리라.

내 생의 교육 철학은 ‘학생 중심 교육’이었다. 아파하는 학생 속으로 들어가는 일, 모두에게 평등하게 진정성으로 다가서는 일, 학생의 지적 근육을 강화하고 행동 변화를 돕는 일,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교육을 위한 바탕색이라고 믿을 때 교단은 아름다웠다.

나의 또 다른 이름 ‘청춘’으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심도 있게 펼치며 아내와 함께 정진하련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아내에게 참 고맙다. 바르게 성장한 삼남매의 존재로 내 생은 부러울 것이 없다. 친구와 선후배와 제자들, 살아내며 관계 맺은 소중한 분들에게 더 잘 사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많이 부족했지만 아름답게 동행해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추억하리라.

퇴임을 하며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동료 교사들이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지구별에 존재하는 소중한 학생을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항상 돌아봐야 한다"고. 연중 독서하고, 연수도 많이 받고, 학교에 있는 동안은 학생 우선의 삶으로 행복 동행하기 바란다. 줄탁동시와 교학상장은 우리 교육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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