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놀이 중심 누리과정 시행
철자 받아쓰기 등 교재 활용
사립, 재량 따라 별도교육 실시
유치원-초등학교 과정 연계 필요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천차만별인 한글교육이 아이들의 학습 격차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유치원들은 공립과 사립 구분 없이 지난 3월부터 2019 개정 유아놀이 중심 누리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만 3~5세 유아가 스스로 여러 놀이를 경험함으로써 자율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이에 따라 공립유치원은 국어의 기본이 되는 한글을 ‘주변에서 친숙한 글자 찾아 읽고 써 보기’, ‘책의 그림을 단서로 내용 이해하기’와 같은 놀이 방식으로 가르친다.

책상에 앉아 교재를 사용하는 별도의 이론교육 없이도 또래와 함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놀이로 한글을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 공립유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상당수의 사립유치원은 누리과정을 따르면서도 원장과 교사의 재량에 따라 별도의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본보가 대전지역 사립유치원 10곳에 별도의 한글교육 실시 여부를 물은 결과 7곳에서 ‘철자 받아쓰기’와 같이 교재를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생 유치→운영’으로 직결되는 만큼 자녀가 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 한글 기초를 충분히 익히기 원하는 학부모의 수요에 맞춰 누리과정 이외의 추가 한글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대전 동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자녀가 한글도 떼지 못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을지 걱정 된다”며 “사립유치원에 보낼 생각도 했지만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교육비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교육 전문가들은 공립·사립유치원 간 한글교육 차이가 유아의 수업 이해도를 낮춰 향후 학습 격차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68시간 과정의 한글책임교육을 받긴 하지만 교사 1명이 20~30명의 학생을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워 유아기 교육에 따른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과정을 연계한 한글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전지역 유치원 교사 B씨는 “유아가 자발적으로 한글에 흥미를 갖게 하는 누리과정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흥미를 못 느낀 유아는 상대적으로 한글을 늦게 익힐 위험이 있다”며 “이에 초등학교에서는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이 한글이 미숙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한글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노세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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