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통합암센터 이남헌 교수

▲ 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통합암센터 이남헌 교수.
장마비란 위장관의 운동이 저하돼 장 내의 가스와 분변의 배출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위암과 대장암 등의 소화기 암 수술 후에는 자율신경계 균형실조, 염증반응, 진통제의 사용 등으로 인해 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장마비로 생길 수 있는 증상들인 복통, 변비, 경구영양섭취의 부족 등은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더디게 한다. 따라서 장마비의 발생을 줄이고,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은 소화기 암환자의 수술 후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제학술지 ‘Gastroenterolog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대장암 수술 후 장마비 소견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전침치료’가 갖는 효과를 평가했다. 복강경의 방법으로 대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165명을 55명씩 3그룹(전침치료를 받은 환자, 거짓침 치료를 받은 환자, 침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으로 나눠 장운동이 회복되는 시간을 비교했다. 전침치료를 시행한 그룹의 환자들에게는 복통, 소화장애에 쓰이는 혈자리를 선정해 침치료와 함께 전기자극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전침치료를 했을 때 거짓침 치료를 받거나 또는 침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장운동이 재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다. 또 전침치료를 받은 그룹의 환자들이 복통을 덜 호소했고 따라서 진통제 투약량이 적었으며, 더 빠른 시일안에 스스로 거동이 가능하게 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대건중탕’이라는 한약을 소화기 암 수술 후 환자들에게 처방했을 때의 효과를 다룬 7가지 임상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 고찰 및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1134명의 환자들 중 588명을 한약을 복용한 그룹, 546명은 복용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한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11.4%에서,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15.9%에서 장마비가 발생했다. 두 그룹 간 비교 위험도(Relative risk, RR)를 구하면 한약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28.3% 더 낮았다.

이처럼 한방치료는 소화기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이후 장마비 발생률을 줄이고 장운동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수술 후 진통제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한방치료를 병행해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환자의 보다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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