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온천 중심 호텔 주변 거리
텅빈 해장국집·호프집 등 보여
관리 없이 방치된 시설·건물도
관광특구 기능 소멸… 오후도 한산
식당 주인 “동네장사 하는 곳 돼”

▲ 대전 유성온천관광특구 내에 위치한 한 식당이 휴업 푯말을 내건채 굳게 문을 닫은 모습. 사진=이정훈 기자
▲ 24일 유성온천관광특구 내 폐업을한 채 지속적으로 방치되고 있는 호텔의 모습. 사진=이정훈 기자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관광객이요? 여기는 더이상 관광지가 아닙니다.”

유성온천관광특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의 푸념이다.

지난 23일부터 주말 사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 유성온천관광특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유성온천을 중심으로 들어선 호텔 주변 거리엔 텅 빈 해장국집과 숯불구이집, 일식집, 호프집, 실내형 포장마차 등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임대문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상가들이나 ‘부득이 휴업 합니다’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식당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거리에는 ‘관광지’라는 정체성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함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오히려 공사장 소음이 요란하게 들렸고, 안전 테이프로 둘러진 시설물,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불꺼진 한 호텔의 주차장은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삐죽이 올라온 잡초들이 무성했다.

유성온천 중심가에서 폐업한 한 호텔 건물 주변에는 높은 철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고, 건물 벽면에는 유치권 행사 중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장 나부끼고 있었다.

호텔 입구 앞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 씨에게 호텔 폐업 이후 상황을 묻자, 허망한 눈빛으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A 씨는 “유성온천은 더이상 외지인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아니다. 관광지라는 개념보다 대전 도심 내 상권 중 하나로 그냥 동네장사를 하는 곳”이라며 “폐업한 일부 호텔 건물들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보니 주변 거리의 상권이 더욱 흉물스럽게 보여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이미 오래전 유성온천 내 상권은 무너졌다”고 말했다.

한때 유명한 온천 관광지이자 관광특구로 호황을 누렸던 유성온천관광특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 곳의 상권 붕괴는 특급호텔들의 폐업이 시발점이 되면서 관광특구로서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원인이다.

오후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는 해가 저물면 휘황찬란한 네온싸인 간판이 빛을 뿜어내며 행인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현재 이러한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만이 불을 밝혔고 문을 연 식당가마저도 텅빈 모습이었다.

일부에선 “잘나가던 유흥주점도 망하는 곳이 됐다”는 푸념까지 엿들을 수 있었다.

한 음식점은 호텔이 폐업한 자리에 주택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순대국밥집을 운영중인 한 점주는 “그동안 이 상권에선 저녁 늦게나 아침 일찍 숙취해소를 위해 손님들이 국밥집들을 많이 찾았지만, 더이상 이러한 방법으로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면서 “앞으로 주변일대에 많은 도심형 생활주택이 들어선다는데, 배달을 시도할 수 있는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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