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말=대전대학교 천안한방병원 침구의학과 이현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흔히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안면마비는 눈이나 입 주변의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비뚤어지고 얼굴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이다. 단순히 안면근육의 마비가 아닌 뇌신경장애의 질환으로 7번 뇌신경인 얼굴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발생한다. 얼굴 신경은 안면부 근육의 운동뿐만 아니라 미각, 눈물샘, 침샘 등의 감각 영역도 관장하고 있는 복합신경이다. 이 얼굴 신경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근육과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안면마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람세이 헌트 증후군으로 발병하기도 하는데 귀 주위로 수포 및 심한 통증이 수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안면마비는 기온의 변화가 급격해지는 환절기에 자주 발생한다. 평소에도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 되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안면마비의 원인은 명확한 기저 요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면역력 저하이다. 환절기 추위에 노출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과로, 수면불량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노화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마비가 발생한다. 한의학적으로는 외부의 풍한사(風寒邪)의 침입, 허풍내동(虛風內動)으로 표현되는 심리적 어려움이나 신체 내적의 문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구안와사는 중추성 안면마비와의 감별이 중요하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얼굴 신경의 문제가 아닌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안면마비로 뇌의 종양, 뇌경색, 뇌출혈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정확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다. 중추성 안면마비의 주요 특징으로는 이마에 주름이 잡히거나, 양측 모두 눈이 잘 감기거나, 상하지 한쪽의 마비 증상, 언어장애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마비의 진단은 관련 근육이나 신경에 대한 이학적 검사, 근전도 검사, 중추성 감별을 위한 MRI 촬영 등을 통해 이뤄진다.

안면마비 환자의 70~80%는 1~2주 이내에 양방 치료와 한방 치료를 실시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스테로이드제 치료는 염증으로 인한 부종을 가라앉히고 신경의 변성을 막아 재생을 도와준다. 한방치료로는 침 치료, 약침치료, 한약, 추나치료, 특수침 치료(매선, 미용침) 등이 활용돼 안면의 혈액순환을 도와 신경재생을 촉진시킨다. 4주까지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적어도 3주 이내엔 치료가 시작돼 호전반응을 보여야 예후가 나빠지지 않는다. 치료 시작 후 10일 안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평균 1.5개월 만에 대부분 회복된다. 치료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흡연과 음주는 절대적으로 금지해야 하는 것이다. 신경이 회복하기 위해선 혈액량이 충분해야 하는데 흡연을 하면 혈관이 좁아져 얼굴 신경으로의 혈액공급이 불리해진다. 무리한 운동 역시 얼굴로 가는 혈액순환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치료 후에도 안면마비 환자의 16%는 중증도 이상의 얼굴 비대칭, 타액분비 장애, 얼굴 경련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13% 정도는 잔여 위약감을 호소한다. 7~12%의 환자에게는 재발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후유증은 평균적으로 3~6개월 후부터 나타나며 회복이 늦어져 신경섬유가 변성을 일으켜 발생한다. 람세이 헌트 증후군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안면마비 보단 예후가 좋지 않으며 회복이 더디게 일어난다. 이현 대전대학교천안한방병원장은 “안면마비를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평소 심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면역력 관리를 잘해주는 것이 좋다”며 “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중이염 등의 염증 증상이 있을 시 방치하지 않고 바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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