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농정 10개년 계획 수립 온힘
열대과일 바나나·파파야 재배
드론으로 5분만에 볍씨 파종
[충북도]
친환경 축·수산업 726억 투입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상위권
통합제어기로 축사 환경 조절
[대전시]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등 지원
씨없는 포도 ‘델라웨어’ 첫선
일반 포도보다 작고 당도 높아

▲ 드론으로 논에 파종하는 모습. 충남도 제공
▲ 태안 안면도 바나나 재배. 충남도 제공
▲ 태안 안면도 파파야 재배. 충남도 제공
▲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상징 조형물, 충북도 제공
▲ 씨없는 포도 델라웨어 출하. 대전시 제공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최근 충청권 농업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꼽히는 ‘스마트팜(smart farm)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농업 전반에 접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장을 뜻한다. 현재 충청권 지자체들은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농업·농촌’의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농업과 달리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시킨 첨단과학기술이 도입된 ‘스마트 농업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각 지역마다 스마트팜 확산 등 농작업의 생육정보를 데이터화하고 4차산업혁명 기능을 접목한 농업의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재배가 힘들었던 열대과일까지 우리 땅에서 생산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창간 31주년을 맞이해 진화하는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부족한 식량자원을 확보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농업혁명 현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미래 농업 이끌고 있는 충남도

충남도는 올해 ‘충남 농정 10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지속 마련하는 등 미래농업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장기 농업 계획을 통해 발전적인 과제를 발굴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환경 중심의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실현'을 비전으로 '농업 안전망 구축과 유통 혁신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와 함께 '숲과 사람 그리고 가축이 공존하는 살고 싶은 농촌조성'을 목표로 5대전략 22개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농업을 이끌고 있는 충남도의 농가 현장에선 스마트팜을 통해 해외에서만 볼 수 있던 열대과일을 생산하고 있고, 드론 농법까지 등장했다.

△태안 안면도 농장에 열대과일 바나나·파파야 ‘주렁주렁’

충남 태안 안면도 내 한 농가에서 대표적인 열대과일인 바나나와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에 위치한 ‘오행팜연수원’ 대표인 이용권(54) 씨는 2018년 2314㎡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바나나 10여 그루의 시범재배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바나나 40여 그루 이상을 재배하고 있다. 태안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생산된 바나나는 수입산 바나나보다 당도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보통 바나나 수확량이 1그루 당 평균 30~35㎏인데 반해 이곳에서 재배한 바나나는 그루 당 수확량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생산량을 보이며 성공적인 재배를 하고 있다. 오행팜연수원에서는 바나나 시험재배와 더불어 또 다른 열대과일인 파파야를 주력 재배하고 있는데, 첫 해에만 4t을 생산해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파파야 등 열대과일은 국내에 거주하는 동남아 이주민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아 1년 내내 수요가 있어 최근까지 인기 작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밖에 농장에서는 바나나와 파파야를 비롯해 커피, 올리브, 구아바, 한라봉 등 다양한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농장주 이 씨는 “앞으로 열대과일 판매와 더불어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겨울 태안에서 열대과일을 직접 관찰하고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관광객들에게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최근 여름이 길고 겨울도 고온화하면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이 258일에서 288일 이상으로 늘어남에 따라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자라는 아열대 작물이 충청권에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드론과 자율주행, 농업 현장에 선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드론'과 '자율주행' 기술이 농업 현장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충남 당진시 송악읍의 한 농장에선 약 15㎏의 볍씨를 실은 드론이 3~4m 높이로 날아 올라, 3300㎡ 규모의 논에 파종을 하는 신기술 현장 시연이 이뤄졌다. 드론이 파종을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드론을 이용해 볍씨를 논에 직접 뿌리는 농법은 노동력과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농업기술로 주목받았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이 논 10a 당 투여되는 농작업(경운·수확·관리 등) 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기계로 이앙을 하는 경우 10.44시간이 소요되지만, 드론으로 볍씨를 직접 뿌리는 농법을 적용하는 경우 5.22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10a당 생산비는 기계이앙을 하는 경우 14만 1000원에서 드론 직파 농법을 적용하면 2만 1975원으로 무려 11만 9025원이 절약된다. 이와함께 자율주행이앙기도 선보여졌는데, 작업자가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고 지형이나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주행하면서 모내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충남지역에 대략 30여대가 보급돼 있는 자율주행이앙기는 아직 직진 구간 이동만 가능하지만, 현재 곡선구간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앙기를 제작 중인 만큼 향후 보급이 더 빨리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촌인구가 급격히 줄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신기술은 농업현장의 구세주로 등극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 친환경이 대세

충북도는 올해 농업 정책과제를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수산업 실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4개 분야 89개 사업에 726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4개 분야는 축산정책(사업 16개), 친환경축산(22개), 축산경영(28개), 수산진흥(23개) 등이다. 관련 주요 사업은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 축사시설 현대화, 동물복지 농장 확대, ICT 스마트팜 농장 조성,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악취개선 등이다. 이 가운데 충북에선 대규모 국제행사인 '2022년 괴산 세계유기농산업 엑스포'를 앞두고 있어 유기농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스마트 축산 시법사업을 통한 가축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유기농 밥상, 세계진출 모색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면역력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친환경농산물 생산에 방점을 찍은 충북도는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기점으로 '밥상 먹거리'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충북지역의 2020년 기준 유기농 친환경농산물 면적을 보면 벼(1595ha), 산양삼(2020ha), 블루베리(76ha), 인삼(71ha), 아로니아(68ha), 마늘(68ha), 토마토(38ha), 사과(33ha), 포도(26ha), 옥수수(24ha), 표고버섯(10ah) 등 다양하다. 전국적으로 충북의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은 3078ha로 17개 시·도 가운데 6번째 규모다. 비록 인증면적은 중상위권이지만 충북도는 유기농식품 2개 특화산단(40개 업체) 집중 육성과 4차산업(ICT, 바이오, 스마트팜 등)과 연계한 신성장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유기농 특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충북도는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을 향한 연결고리로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관람객 108만명, 기관단체 264개 참석, 국내·외 바이어 1140명 참여)를 꼽고 있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하는 엑스포를 통해 전세계에 일단 충북지역이 유기농산업의 메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국내와 세계무대로 눈길을 돌릴 계획이다.

△스마트 축산시법사업

충북도는 지난해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농업과 농촌의 노동력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ICT 과학기술을 축산분야에 융복합한 스마트축산 시범사업 5종 10개소를 추진해오고 있다. 사업에 보급한 기술 모델은 통합제어기로 각 ICT 장치의 데이터를 통합, 클라우드 서버와 연동해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가축사육과 축사 환경, 개체별 건강관리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이 같은 스마트축산 시범사업을 통해 농가의 편의성과 생산성 증대로 소득이 10% 이상 향상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실제 보은군 축산 스마트팜 통합제어시스템 시범사업의 경우 개체별 정밀 사양 관리로 암소의 평균 공태일(비임신 기간)이 60일에서 45일로 15일 단축됐고, 송아지 폐사율도 10%에서 절반으로 낮아졌다. 아울러 사료비는 관행 대비 5% 줄고 소득은 10% 향상됐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축종별 빅데이터의 지속적인 관리와 한국형 스마트축산 기술 보급을 통해 정밀농업 구현을 앞당기겠다"며 "향후 인공지능, IOT 등 첨단기술로 가축 생애주기를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 된 스마트축산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

대전시는 농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창업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돕고 있다. 올해 대전시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을 농업인을 모집했다. 이 사업은 농촌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농업인들이 미래 주요 농업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교육 및 컨설팅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영농경력 기간에 따라 최장 3년간, 매월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영농정착금이 지원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청년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정착과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겠다”고 말했다.

△씨없는 포도 ‘델라웨어’ 첫 출하

대전을 대표하는 청년농업인이 올해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를 선보여 화제다.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는 전국 최초로 대전에서 첫출하 됐다. 이번에 델라웨어 첫 출하로 대전에 포도의 향긋한 향기를 전해줄 농가는 대전시 동구 대별동의 송일구(39) 씨다. 송 씨는 매년 첫 출하를 했던 송석범(70세) 농가의 가업을 이어받은 대전을 대표하는 청년농업인이다. 대별동의 델라웨어는 지난해 11월 말 비닐피복 후 12월 7일 첫 가온이 시작됐다. 한겨울 포도 생육에 알맞은 환경을 유지한 결과 노지재배보다 4개월이나 앞선 4월 8일에 첫 수확을 하게 됐다. 송 씨는 연간 생산계획을 수립해 매년 적정한 수확량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생산량은 2000~2500㎏이고, 공선출하(생산농가와 판매조직이 연계해 농산물을 시장으로 내보내는일)를 통해 100% 출하한다. 델라웨어는 평균 당도가 17~20Brix(브릭스)로 일반 포도(캠벨얼리)의 평균 당도인 14~15Brix보다 높으며, 알 크기가 작고 씨가 없어 먹기 편한 고품질 포도로 유명하다. 대전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농업기술센터의 조기생산 기술지도와 농가의 부지런한 노력과 열정으로 첫 수확을 이뤄내 기쁘다”며 “앞으로도 농업기술센터가 농가들의 고품질 과실수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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