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훈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선임연구원

사람이 과연 디스플레이 없이 살 수 있을까? 1990년대만 해도 불룩한 브라운관이 디스플레이의 주류였다.

하지만 21세기를 지나며 LCD, OLED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출시되며 발전을 거듭, 현재 UHD 텔레비전으로 보는 세상은 화면이 아니라 실제 모습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전자시계,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 텔레비전, 거리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광고판 등 다양한 종류의 디스플레이들이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런 디스플레이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극복하지 못한 한 가지는, 바로 ‘평면’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두께와 깊이를 가지고 있어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디스플레이는 어디서 보든 간에 화면에 있는 영상, 그 한 부분밖에 볼 수 없었다.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는 화면에 존재하는 정보들의 조합(빛의 회절)을 통해 화면과 관찰자 사이의 공간상에 입체영상을 재현한다. 이로써 눈앞에 진짜 객체가 있는 것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홀로그램은 ‘궁극의 디스플레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홀로그램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물리적 거리나 공간이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영화 킹스맨과 같은 영상회의가 가능해지고, 입체 장기 영상을 통한 수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응용을 기대할 수 있다. 홀로그램은 스타워즈와 아이언맨 시리즈 등을 통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와 있지만 홀로그램 기술의 현주소는 이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UHD 텔레비전보다 화소 크기는 수백 배로 작게 하면서도 수백 배로 높은 해상도가 요구된다. 그 많은 데이터들을 처리해서 이미지를 표현할 구동시스템과 통신시스템이 필요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모두 기술개발 초기 단계로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만 해도 유리 기판으로는 홀로그램 구현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연구진은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학회에서 논문우수상과 최고 시연상을 수상하는 등 지난 몇 년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개발에 매진해오며 기술의 가시적인 발전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또 아직은 그 크기가 작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여러 개를 붙여서 대화면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다중 모듈 타일링 기법과 아이언맨 시리즈에 나온 것처럼 공간상에 재현된 홀로그램 영상을 직접 만지면서 조작할 수 있는 공간 촉각 인터랙션 기술 등을 통해 홀로그램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연구들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원천연구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도 함께 기대해 본다.

정말로 실감나는 홀로그램을 대중들이 느끼기 위해서는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컴퓨터가 개발된 지 아직 백 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20세기 중반만 해도 PC와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는 그저 꿈꾸는 상상 속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지구 반대편의 사람이 바로 내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세상이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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